글로벌 반도체 대란 속 ‘금값’ 된 중고차들

충북 청주의 한 중고차 매매단지   뉴시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전세계적인 반도체 수급난이 이어지면서 중고차 가격이 치솟고 있다. 신차 생산 지연이 지속될 경우 중고차가 신차 값을 넘어서는 기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완성차 생산량 감소와 중고차 가격 인상이 심화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5월 자동차 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자동차 생산은 총 25만6272대로 집계됐다. 지난 3월(33만3848대)과 4월(32만3644대) 대비 약 10만대가량 줄었다. 지난해 8월(23만3357대) 이후 약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신차 생산이 지연되면서 중고차는 ‘귀하신 몸’이 됐다. 신차 대안으로 중고차 수요가 늘며 덩달아 가격도 뛰고 있다. 한 중고차 매매브랜드의 조사결과 지난 5월 중고차 거래량 상위 10개 차종의 평균 시세는 전월 대비 6.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네시스 G80, 기아 카니발, K7 등 비교적 가격대가 높은 준대형·대형 차종의 평균 시세 상승률이 약 20%를 웃돌면서 시세를 견인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신차 출고 대기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중고차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 중고차 시세가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반도체 수급난을 겪고 있는

 

미국에서도 중고차 가격이 작년보다 21%나 급등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차 업계는 아이오닉 5나 K8 같은 신모델의 경우 중고차가 신차보다 비싸게 팔리는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중고차업체 엔카닷컴에 따르면 기아 쏘렌토 디젤 2.2 4WD 시그니처 2021년식 모델의 중고차 시세는 4301만원으로 신차 가격(4117만원)에 비해 200만원 가량 높게 책정되기도 했다. 현대차 그랜저 가솔린 2.5 익스클루시브의 경우 이달 들어 2021년식 모델의 시세가 신차 가격(3681만원)과 100만원도 차이 나지 않는 3588만원을 기록했다.

 

‘국민차’로 불리는 아반떼도 출고 대기기간이 3개월이 되면서 중고차 몸값이 올랐다. 아반떼 인스퍼레이션 트림(지난 3월 출고, 주행거리 1291km) 중고차 가격은 2470만원으로 신차보다 17만원 비싼 가격에 등록됐다.

 

완성차 브랜드들이 고객에게 차량의 기본·선택 사양을 빼고 출고를 앞당기는 방안을 안내하기 시작하면서 소비자가 원하는 옵션이 탑재된 차량이 중고차 매물로 나올 경우 수요가 집중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중고차업계는 신차 생산 지연에 따른 중고차 값 상승을 호재로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 차량을 판매하고 신차를 구매해야 중고차 매물이 나오는데, 생산 차질이 장기화되면 이 같은 순환 구조가 무너져 매입할 수 있는 중고차 물량이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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