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참사’… HDC현산 ‘아이파크’ 위상 흔들리나

건설업계 하도급 문제 도마 위… 시공사 책임론 부상
과다 살수 지시 진실공방… 브랜드 이미지 타격 불가피

광주 아파트재개발구역 붕괴현장. 뉴시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광주 철거건물 붕괴사고 관련 경찰 수사가 본격화된 가운데,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HDC현산의 유명 브랜드인 ‘아이파크’도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9일 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시 학동 4구역 철거 건물 붕괴 참사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현재까지 HDC현산 현장 관계자 3명, 철거업체 2곳 관계자 3명, 감리회사 대표 1명 등 7명이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은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시공사인 HDC현산에 대한 집중 수사에 나설 계획이다.

 

철거작업은 하도급업체가 맡았지만 최종 책임은 현장을 지휘·감독하는 현대산업개발에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2017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으로 시공사는 철거 공사에 대해서도 책임지게 됐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건설업계에서 만연한 불법 하도급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권순호 HDC현산 대표이사는 지난 10일 광주시청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재하청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이와는 다른 정황이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원청업체이자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철거공사를 한솔기업에 하청을 줬다. 계약상 한솔기업이 직접 철거를 맡아야 하지만 이 기업은 20~30%가량의 수익을 남기고 다시 지역의 백솔건설이라는 철거업체에 재하도급을 줬다.

 

하청에 하청이 거듭되면서 3.3㎡당 최대 28만원으로 책정됐던 철거 비용은 4만원대까지 떨어졌고, 원가 절감과 공기 단축을 위한 날림 공사가 이뤄졌다. 

 

HDC현산이 무리하게 살수 작업을 지시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실제 철거 작업을 한 백솔건설 측 관계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시공사 측의 요구에 따라 계획보다 더 많은 살수 펌프를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만약 철거업체들의 말대로 과도한 살수가 이뤄졌다면 굴착기를 올리기 위해 건물 뒤편에 산처럼 쌓은 흙더미와 건물 잔해에 물이 스며들어 무게가 무거워졌고, 결국 벽면에 가해지는 압력이 늘어 붕괴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HDC현산 측은 과도한 살수를 지시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이번 사고로 인해 HDC현산의 브랜드 신뢰도가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HDC현산의 경우 주택 및 일반건축 사업 매출 비중이 80%를 넘는 만큼 ‘아이파크’ 브랜드의 신뢰도 저하는 경영 측면에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가도 급락했다. 사고 이튿날인 지난 10일 HDC현산 주가는 4.14% 하락한 3만100원에 마감했다.

 

한편 사고 직후 실시된 긴급 안전점검 결과 또다른 재건축현장에서도 불법 사항이 적발됐다. 광주 북구는 운암주공3단지 재건축 공사현장에서 위반 사항을 적발하고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 GS건설, 한화건설을 건축물관리법 위반으로 형사 고발했다.

 

pjh1218@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