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환치기 우려에 은행권, 속속 해외송금 한도 축소

게티이미지뱅크

 

[세계비즈=오현승 기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상자산)와 관련된 불법으로 의심되는 외환거래가 늘어나자 은행권이 해외송금 한도를 속속 축소하고 나섰다. 한국 내 비트코인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높게 거래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한 해외송금을 통한 불법거래를 막기 위한 조처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19일부터 비대면으로 중국에 송금할 수 있는 ‘은련퀵송금 다이렉트 해외송금’에 월 1만 달러 한도를 새로 만들었다. 기존엔 연간 한도 5만 달러 이내면 매일 5000달러씩 송금하는 게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월 1만 달러까지만 송금이 가능하도록 바꾼 것이다. 비대면 해외송금의 경우 송금 목적이 의심스럽더라도 각종 증빙서류 요청이 어려운 만큼 이와 같은 한도 조건을 신설한 것이다.

 

신한은행도 지난 28일부터 외국인·비거주자의 인터넷뱅킹·쏠(SOL)앱 등 비대면채널을 통한 해외송금 한도를 월 1만 달러까지로 제한했다. 이는 외국환거래 규정 위반, 자금세탁, 유사수신, 다단계 사기, 보이스피싱 편취자금 해외 반출 등 고객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은행 측의 설명이다. 

 

하나은행은 비대면 해외 송금이 가능한 ‘하나EZ’의 월 한도가 이미 하루 1만 달러로 책정돼 있다. KB국민은행도 인터넷·스타뱅킹 외화송금에 대해 1일 1만 달러까지, 소액송금의 경우 연간 5만 달러까지 제한을 두고 있다. 동일수취인에 대한 소액송금은 하루 5000달러만 가능하다.

 

이 같이 은행권이 해외송금 한도를 낮추고 나선 건 그간 은행권 거래가 없는 이들이 (주로) 중국에서 위안화로 비트코인을 투자해 이를 국내 거래소에 전송한 뒤, 국내에서 비트코인 매매를 통한 차익을 얻어 다시 이를 중국으로 보내는 걸 막기 위해서다. 현재 가상화폐 관련 법이나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인데, 일단 은행권은 자금세탁 등 불법거래를 위한 분산·차명 송금 관련 규제를 동원해 관리를 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주요은행들은 ‘가상화폐 관련 해외송금 유의사항’ 공문을 일선 지점 창구로 하달하기도 했다. 1회 또는 수일 내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는 최대 송금금액(미화 5만달러)까지 송금을 신청하거나 수취국가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인 경우를 비롯해, 송금신청인의 계좌에 수일 내 거액의 자금이 입금된 경우 자금원천을 상세히 파악해 가상화폐와 관련된 것으로 판단되면 해당 거래를 중단하라는 게 골자다.

 

한편 정부는 가상화폐를 이용한 사기 등 불법행위를 적발하기 위해 6월까지 범정부 차원의 특별 단속을 실시한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19일 “최근 가상자산 가격 상승으로 이를 이용한 자금세탁, 사기 등 불법행위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4~6월을 ‘범정부 차원의 특별단속기간’으로 정하고, 관계기관 합동으로 불법행위 등을 집중 단속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은행 등 금융회사들은 가상화폐 거래 후 출금 발생에 대해 면밀한 1차 모니터링을 실시한 후, 자금세탁 의심거래 발견 시 이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해야 한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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