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배터리 분쟁 마침표…‘2조원’에 합의

SK, 현금 1조원·로열티 1조원 지급…10년 간 추가 쟁송 않기로

사진=연합뉴스

[세계비즈=김진희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소송비용에만 수천억원을 쏟아부으며 첨예하게 대립하던 ‘전기차 배터리 전쟁’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시한을 하루 앞두고 극적 합의에 성공했다.

 

 11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입장문을 통해 ITC 소송 건에 대해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현재가치 기준 총액 2조원(현금 1조원+로열티 1조원)을 합의된 방법에 따라 지급하고, 관련한 국내외 쟁송을 모두 취하하는 한편 향후 10년간 추가 쟁송도 하지 않기로 했다.

 

 2조원의 합의금은 역대 배터리 업계 최대 규모이고, 글로벌 영업비밀 사건에서도 최대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2조원 합의로 양사 분쟁 리스크 해소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과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입장문을 통해 “한미 양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 건전한 경쟁과 우호적인 협력을 하기로 했다”며 “특히 미국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배터리 공급망 강화 및 이를 통한 친환경 정책에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합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주신 한국과 미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번 합의로 양사는 배터리 분쟁으로 인한 리스크를 떨쳐내게 됐다. 미국 배터리사업 운영 및 확대에 대한 불확실성을 털어버리게 된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 1공장의 안정적 가동 및 2공장 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미국은 물론 글로벌 전기차 산업 발전과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국내외 추가 투자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대규모 배터리 공급 확대 및 전기차 확산이 성공적으로 실행되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쟁 장기화에 따른 부담에 합의

 

 그간 업계에서는 사실상 양사 합의는 결렬됐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지난 2월 ITC가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하며 최종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줬지만, 이후에도 양사는 합의금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종 판결 후 양사는 배상금 협상을 위해 한 차례 회동했으나 LG에너지솔루션이 3~4조원, SK 측이 1조원 수준을 거론하며,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번 합의가 도출된 것은 양사 모두 분쟁 장기화에 따른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영업비밀 침해 분쟁에서 승리했지만 연내 상장을 앞둔 가운데 전기차 화재 관련 악재를 맞닥뜨린 데다, 특히 지난 1일 ITC가 특허 침해 사건에서는 SK의 손을 들어주는 예비 결정을 내리면서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

 

 ITC 판결로 인해 현재 건설 중인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사업이 사실상 어려워진 SK이노베이션 역시 합의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총 3조원 규모를 투자해 배터리 1, 2공장을 건설 중인 SK는 앞서 미국 행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공장을 철수해야 할 지 모른다며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아울러 바이든 정부도 ITC의 최종 결정이 나온 이후 일자리 창출과 전기차 공급망 구축 등 자국 경제적 효과를 고려해 물밑에서 양사에 합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전쟁’ 2년여 만에 일단락

 

 양사의 배터리 분쟁은 2017년∼2019년 LG화학 직원들이 SK이노베이션으로 대거 이직하면서 촉발됐다. 당시 LG 직원 100여명이 SK로 이직했는데, LG 측은 배터리사업 후발주자인 SK가 자사 직원들을 노골적으로 빼갔다고 의심했다. 단기간에 대규모 인력이 SK로 넘어가면서 핵심 기술을 의도적으로 유출했다는 것이다.

 

 이후 SK이노베이션이 2018년 말 폭스바겐의 수십억 달러 규모의 배터리 수주에 성공하자 LG화학은 “기술 탈취를 통해 폭스바겐 수주를 땄다”고 주장하며 2019년 4월 미국 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SK는 영업비밀 침해 주장을 일관되게 부인해왔다. 정상적인 경력사원 채용을 진행했으며, LG 출신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옮겨왔다고 반박했다.

 

 ITC 공방과 여론전이 오가던 지난해 2월, ITC가 영업비밀 침해 사건에서 SK이노베이션이 조기에 패소하는 예비 결정을 내리면서 LG 측이 먼저 승기를 잡았다. 이어 올해 2월 최종 판결에서 ITC는 SK이노베이션에 10년간 미국 내 배터리 제품 수입금지를 명령했다.

 

purp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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