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초대장 받은 삼성전자, ‘20조원’ 미국 투자 속도 내나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뉴시스

[세계비즈=김진희 기자] 미국 백악관이 오는 12일(현지시간) 반도체 긴급대책회의를 열기로 한 가운데 회의에 초대된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의 요구에 어떤 답을 내놓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백악관 반도체 회의에 초청된 삼성전자는 이날 회의에서 나올 미국의 요구가 기회이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백악관이 삼성전자가 검토 중인 미국 오스틴 공장의 추가 투자 혹은 차량용 반도체 생산 증대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9일(미국 현지시간) 백악관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반도체와 공급망 복원에 대한 화상 CEO 서밋을 주재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최근 심각한 자동차 반도체 공급 대책 마련에서 시작된 회의답게 미국의 주요 반도체·통신 기업과 완성차 및 자동차 부품회사, 해외 자동차 반도체 회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들이 대거 초청됐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대만의 파운드리 1위 기업인 TSMC, 구글 모회사 알파벳, AT&T, 포드, GM, 글로벌 파운드리, HP, 인텔, 마이크론, 노스럽 그러먼, 네덜란드 자동차 반도체 회사 NXP 등 총 19개 기업이 참석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최강자이며 TSMC에 이은 파운드리 2위 기업으로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확충에 빠질 수 없는 핵심 기업으로 손꼽힌다.

 

 미국이 이렇듯 글로벌 기업들을 불러 모은 것은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타격을 줄이고,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투자를 통한 자국 내 일자리 창출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때문에 미국에서 공장을 운영 중이고, 미국 내 많은 고객을 확보한 삼성전자에게 백악관이 상당한 ‘청구서’를 내밀 공산이 크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백악관이 이번 화상회의에서 자국 내 완성차 업체를 상대로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실태를 파악하고, 반도체 기업에는 차량용 반도체 생산 증대와 동시에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 확대를 강력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오스틴 공장에서 차량용 반도체를 거의 생산하지 않는 삼성전자에게 차량용 반도체 증산을 요청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삼성전자에 대한 미국 내 투자 압박도 거셀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에 17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추가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하고 오스틴을 유력 후보지로 검토 중이다. 그러나 지난 겨울 한파로 전력 공급이 중단돼 삼성의 오스틴 공장이 셧다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투자 결정이 지연되고 있다.

 

 셧다운 여파로 3000억원 가량의 매출 손실을 본 삼성전자는 현재 텍사스주와 이러한 리스크 등을 감안한 새로운 인센티브 규모를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백악관 회의가 머뭇거리던 삼성의 투자 결정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purp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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