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촌 열전… 뛰는 ‘반포’ 위에 나는 ‘압구정’

압구정, 재건축 조합 설립 잇따라… 신고가 경신 ‘러시’
반포, 1단지 시공사 검찰 기소 악재… 대단지 분양은 호재

압구정 재건축 사업이 가속화하면서 지역 내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사진은 압구정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26번의 부동산 대책이 무색하게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3구’의 집값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강남 압구정과 서초 반포의 ‘부촌 1위’ 타이틀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상황은 압구정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정부 규제의 ‘풍선효과’로 대어급 재건축 사업이 탄력을 받으면서 집값이 하루가 멀다 하고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압구정동 6개 정비구역 중 2곳이 잇따라 재건축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다. 4구역이 지난달 10일 압구정동 정비구역 중 처음으로 재건축 조합 설립인가를 받았고, 같은 달 22일엔 5구역이 뒤를 이었다.

 

현재 압구정동엔 ▲1구역 미성1·2차 ▲2구역 신현대9·11·12차 ▲3구역 현대1~7차·10·13·14차·대림빌라트 ▲4구역 현대8차 및 한양3·4·6차 ▲5구역 한양1·2차 ▲6구역 한양5·7·8차 등 6개 정비 구역이 있다. 2구역과 3구역은 지난달 말 조합 설립을 위한 창립총회를 갖고 강남구청의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조합 설립으로 재건축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압구정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압구정3구역에 위치한 현대6차 전용 196㎡(6층)는 지난달 28일 54억5000만원에 팔리며 주간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 면적형은 작년 7월 44억6000만원(1층)에 계약된 이후 거래가 없다가 7개월 만에 10억원이나 뛰었다.

 

또 현대2차 아파트 전용면적 196.84㎡는 최근 55억원에 팔렸는데, 이는 작년 8월 거래가보다 5억7000만원 오른 역대 최고가였다. 신현대12차 전용면적 170.38㎡는 지난달 역대 가장 높은 액수인 45억원에 매매계약서를 썼다. 이는 2개월 만에 3억원이나 상승한 금액이다.

 

압구정 내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재건축 아파트는 조합 설립 이후에 매수하면 입주권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조합 설립 인가 직전까지 가격 급등과 매물 부족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실제로 올해 1월 중순 이후부터는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거나 매물을 회수하면서 거래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 아파트 조합 설립을 가속화한 것은 정부의 규제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6·17 대책’에 따르면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조합설립 인가를 신청하지 못한 재건축 단지는 집주인이 2년을 실거주해야 조합원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재건축 단지들은 실거주 의무를 피하기 위해 잇따라 조합 설립에 나섰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재건축 규제가 지지부진했던 사업의 재개를 가속화하면서 오히려 집값을 띄우는 결과를 낳았다”며 “보통 조합 설립 인가를 신청하면 늦어도 두 달 안에는 인가가 나오는 만큼 그 전까지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포주공1단지 전경. 세계일보DB

반면 반포 재건축 시장은 상황이 썩 좋지 않다. 서울 재건축 사업의 상징과도 같은 반포 1·2·4주구에서 시공사가 금품 살포 혐의로 기소당하는 등 악재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중앙지검은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재건축 시공사인 현대건설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현대건설은 2017년 사업 수주 당시 조합 관계자에게 약 5억원의 뇌물을 건네는 등 불법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부동산업계에선 사업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일부 반포1단지 조합원들은 조합 집행부를 상대로 ‘시공사 선정결의 무효소송’을 진행 중이다. 현대건설 등이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시공사 선정 무효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는 3월부터 연말까지 신반포2차 등 재개발·재건축 조합 20곳을 대상으로 추가 실태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반포에 악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삼성물산이 시공한 2990가구 규모의 ‘래미안 원베일리’가 오는 4월 분양을 앞두고 있다. 3.3㎡당 일반 분양가는 5668만6349원으로 서울 아파트 중 최고 수준이다. 반포 지역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래미안 원베일리는 반포 랜드마크로서 주변 시세를 끌어올리는 대장주 단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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