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틀만 남기고 다 바꾼다"…점포·사람 줄이고, 특화점포 키우고

5대 은행, 희망퇴직 2000여명 예상…연초 점포 26곳 폐쇄
“점포별 경쟁력 높인다”…디지털화 반영한 특화점포 선보여

사진=연합뉴스

[세계비즈=안재성 기자]최근 디지털화 바람이 거세지면서 은행들이 사실상 “틀만 남기고 다 바꾼다”는 기조 아래 전격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점포 축소, 희망퇴직 등 몸집을 줄이는 동시에 점포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화를 반영한, 다양한 형태의 특화점포를 선보이고 있다.

 

◆작년 점포 216곳 축소…1년 새 감소폭 5배 확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8일 열린 신년 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 “금융회사의 가치는 유지하되 완전한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 다른 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들도 신년사 등을 통해 일제히 디지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은행들이 위기감을 느끼는 것은 우선 작년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으로 디지털화 바람이 한층 거세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 포함) 이용 건수는 전년동기 대비 25.5%, 금액은 10.9%씩 각각 늘었다.

 

작년 6월 입출금 및 자금이체 거래건수에서 인터넷뱅킹이 차지하는 비중은 64.3%에 달했다. 전월보다 5%포인트 확대된 수준이다. 반면 대면거래 비중은 7.4%에 불과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3호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이 결정되는 등 인터넷은행의 추격이 거센 데다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도 일제히 금융플랫폼에 진출하면서 경쟁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때문에 은행들은 우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몸집 줄이기에 한창이다. KB국민은행은 오는 25일 영업점 20곳을 통폐합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3곳, 하나은행은 2곳, 우리은행은 1곳씩 줄인다. NH농협은행은 올해 점포 계획을 전년 실적을 반영해 3월부터 수립할 예정이다.

 

5대 은행은 이미 지난해 점포 수를 216곳이나 축소했었다. 재작년(41곳)의 5배가 넘는 규모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올해도 연초부터 점포 폐쇄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점포뿐만 아니라 직원 수도 줄이고 있다. 지난해말 희망퇴직을 통해 하나은행에서 496명, 농협은행에서 511명이 떠났다. 전년도보다 40% 이상씩 급증한 수치다.

 

우리은행 역시 지난달 28일까지 진행한 희망퇴직 접수에 470여명이 몰렸다. 신한은행은 이달 14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으며, 국민은행은 노사 협상을 통해 희망퇴직 세부 안을 조율 중이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희망퇴직 신청자 수가 작년 수준(600여명)만 돼도 이번에 5대 은행에서 떠나보내는 직원 수가 2000여명에 달할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는 예년 이상으로 높은 보상을 제시해 관리직의 희망퇴직을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점포별 경쟁력 높여야”…디지털화·통합 관리 추진

 

동시에 은행들은 디지털화를 반영한 특화점포를 통해 점포별 경쟁력 강화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KB금융그룹은 한 곳에서 은행과 증권 업무를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자산관리(WM) 복합 점포’를 도입,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또 무인 점포인 ‘디지털셀프점 플러스’도 운영 중이다. 스마트텔러머신(STM)과 기존 자동화기기(ATM)를 업그레이드해 디지털 요소를 강화한 ‘뉴디지털 ATM’ 등이 설치돼 언제든 고객 혼자서 업무 처리가 가능하다. 뉴디지털 ATM에는 자동 개폐 바이오인증 모듈과 42인치 대형 모니터 등을 탑재해 이용 편의성을 한층 높였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 고객이 화상 상담 창구에서 전담 직원과 원격으로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미래형 혁신 점포 ‘디지택트(디지털+콘택트) 브랜치’를 서울 서소문지점 안에 마련했다. 신한은행 디지털영업부 소속 전담 직원이 전국 디지택트 브랜치를 통해 고객과 금융 상담을 진행하는, 대면·비대면 융합점포다.

 

우리은행은 올해부터 거점 점포 한 곳과 인근 영업점 4~8개를 하나의 그룹으로 묶는 영업점 간 협업체계 ‘밸류 그룹(VG)’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같은 VG에 속한 영업점들이 공동 영업을 함으로써 불필요한 내부 경쟁을 지양하는 한편, VG그룹 내 영업점별로 특화영업을 활성화시키는 게 목표다.

 

하나은행은 디지털 전담 조직 미래금융그룹 내 디지털금융사업본부를 중심으로 디지털 뱅크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 데이터 기반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업무혁신센터를 배치했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언택트 시대의 패러다임까지 고려해 은행이 인적 자원 관리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며 “단순히 인력 감축을 통해 비용을 줄이는 게 아니라 어떤 인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더 중요한 경영 과제”라고 지적했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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