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전세난까지… ‘집단 패닉’ 빠진 한국사회

‘코로나 블루’에 부동산 위기 겹치며 우울·분노·무기력 동반
IMF 사태 수준 정신적 스트레스 호소… 고위험군 관리 필요

코로나19 사태와 부동산 위기 등 악재가 겹치며 심각한 수준의 우울증을 겪는 인구가 늘고 있다. 30일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한 중학교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학생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한국인의 정신 건강에 빨간 불이 켜졌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부동산 위기 등 악재가 겹치며 심각한 수준의 우울증을 겪는 인구가 늘고 있어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피로감과 불안감, 전세난·부동산 양극화에 따른 분노와 좌절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를 넘어서는 국가적 ‘집단패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건복지부와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조사결과 전체 국민 중 불안 위험군의 비율은 올해 3월 15%에서 9월 18.9%로, 같은 기간 우울 위험군 비율은 18.6%에서 22.1%로 각각 올랐다. 

 

코로나로 인한 일상의 변화로 생긴 우울감, 불안증, 무기력증을 통틀어 ‘코로나 블루’라고 한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을 합친 신조어로 ▲외부활동을 줄이고 실내에 머무르면서 생기는 답답함 ▲자신도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불안감 ▲작은 증상에도 코로나가 아닐까 걱정하는 두려움 ▲활동 제약이 계속되면서 느끼는 무기력증 ▲감염병 관련 정보와 뉴스에 대한 과도한 집착 ▲주변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대한 맹신 등이 포함된다.

 

이상민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올해 하반기 들어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환자가 상반기에 비해 증가한 것을 체감하고 있다”며 “최근 조사결과 우울 및 불안, 음주 빈도, 자살사고, 스트레스 등 부정적인 항목의 수치들이 대부분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최근 신규 확진자가 연이어 500명 안팎으로 발생하는 등 사태가 더욱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우울증 환자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로 국민 전체가 심신이 지친 상황에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정책 실패가 기름을 부었다. 기존 ‘코로나 블루’에 ‘부동산 블루’가 더해진 것이다. 20~30대 젊은층은 내 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좌절감과 전세난 가중으로 인한 주거 불안감을, 40대 이상 중장년층은 부동산 정책 지원 대상에서 배제됐다는 소외감을 호소하고 있다.

 

직장인 권모 씨(46)는 “코로나로 생계가 위협받는 와중에 잘 살 수 있다는 희망마저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사라졌다”며 “그나마 희망이라도 있었던 IMF 외환위기 때보다 오히려 정신적인 고통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사회경제적 원인으로 발생한 우울증은 개인 문제로 인한 우울증과 달리 자칫 분노의 감정이 더해지면서 묻지마 범죄 등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어 문제가 된다. 이 교수는 “아직 명확한 의학적 근거는 없지만 사회경제적 문제가 우울증의 원인이 되는 경우 내 자신이 아닌 외부의 원인을 탓하는 과정에서 사회와 타인에 대한 분노의 감정이 동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우울증 병력이 있거나, 최근 사업상 어려움이나 투자 실패 등을 겪은 사람은 모두 우울증 고위험군으로 주변의 관심과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교수는 “정신적으로 힘든 사람은 어려움을 먼저 털어놓기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아 가족이나 주변 지인이 먼저 관심을 갖고 도움을 주려는 마음가짐을 지녀야 한다”며 “국가적 차원에선 도움이 필요한 국민들이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위기상담전화 등 핫라인 운영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울감 해소를 위해 신체활동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 극복을 위해 1주일에 최소 150분 운동을 권고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지인과의 운동은 제한되지만 혼자라도 넓은 공원에 나가 산책·스트레칭을 해주는 게 좋다. 영화감상, 독서, 요리 등 취미생활을 가지는 것도 한 방법이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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