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불법승계 의혹’ 첫 재판…모든 혐의 전면 부인

변호인단-검찰…심리 진행속도 신경전
“기록 검토에 3개월 필요” VS “빨리 잡아달라”

사진=뉴시스

[세계비즈=김진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한 재판이 22일 시작됐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재판부는 검찰이 공소사실을 제대로 특정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이를 명확히 할 것으로 주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 권성수 김선희)는 이날 오후 2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부회장 등 11명에 대한 1회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약 50분간 재판을 진행했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해 처음 열리는 재판인 만큼 피고 측과 검찰의 날선 공방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있었으나, 준비기일인 만큼 양측 모두 구체적인 내용 언급은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검찰은 지난달 1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 조종행위,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이 부회장을 불구속기소했다. 옛 미래전략실 소속 최지성 전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차장(사장), 김종중 전 전략팀장을 비롯해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사장), 김신 전 삼성물산 대표, 이왕익 삼성전자 부사장, 이영호 삼성물산 최고재무책임자,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등 삼성 관계자 10명도 재판에 넘겼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의 합병에서 불법이 없었는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를 했는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이 부회장이 사전에 이를 인지했는지 여부 등이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자세한 의견은 다음 기일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또한 검찰이 제출한 공소장에 공소사실이 명확히 특정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펼쳤다. 

 

변호인단은 “자본시장법과 관련해서도 각 항목별로 구성요건이 각각 다르고 행위마다 적용 법조에 어떻게 해당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검찰은 여러 행위를 서술하기만 하고 어떤 행위가 위법한 지에 대해 특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 역시 “공소사실이 어디부터 시작되는지 의문이 있었다”며 “자본시장법도 각각 행위가 몇 호 위반인지 특정돼야 하는데 통째로 서술됐다. 충분히 검토하고 의견서 내주시거나 공소사실을 정리하시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이날 재판에선 변호인단과 검찰이 수사기록 검토에 필요한 시간을 두고 신경전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피고인 측 변호인단은 기록 검토를 위해 다음 재판까지 최소 3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요청했고, 검찰은 그 전에 진행돼도 충분하다고 맞섰다.

 

변호인단은 “수사기록이 약 19만페이지에 달해 기록을 검토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짧게 잡아도 3개월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 측은 신속한 심리를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수사기록이 방대하지만 변호인들이 장기간 변호해오면서 사실상 기록 확인이 많이 돼 있다”며 “대다수의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을테니 기일을 빨리 잡고, 중간중간 진행상황을 체크하는 방식으로 재판을 진행해달라”고 말했다. 

 

또한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추가로 공소를 제기할 뜻은 현재로선 없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피조사자가 300명이 넘는데 저희가 입회한 건 일부에 불과하다. 나머지 200여명은 조사과정과 내용이 무엇인지, 어떠한 증거가 제시됐는지 알 수 없다”고 맞서며 “기록 검토에 최소한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재차 요청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의견을 조율해 공판준비기일을 1회만 더 열고 본격적인 공판기일로 나아가겠다고 정리했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내년 1월 14일이다.

 

재판부는 “3달을 주는 건 다른 사건에 비해 너무 많이 시간을 주는 것”이라며 “2회 공판준비기일은 양측의 PT발표를 듣는 시간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 이날 이 부회장 등은 재판에 참석하지 않았다.

 

purp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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