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노리는 카드사…휴면카드 깨우기 ‘노력’

사진=연합뉴스

[세계비즈=권영준 기자] 최근 카드업계가 ‘휴면카드 깨우기’에 한창이다. 이는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을 노리되 정부의 규제를 피하는, 우회 마케팅으로 풀이된다. 

 

2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꾸준하게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는 휴면카드 수치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그동안 휴면카드 활성화보다는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해 선택적 방임을 한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이다. 이처럼 카드사가 휴면카드 활성화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정부재난지원금’과 간접적으로 연결된다.

 

2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주요 8개 카드사(신한·KB·삼성·현대·우리·하나·롯데·BC)의 휴면카드는 795만9000장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2019년 2분기) 대비 6.7%, 2년 전(2018년 2분기)보다는 29.5% 늘어났다. 2018년 1분기 597만4000장을 기록한 이후 9분기 연속으로 휴면카드가 증가하고 있다. 업계는 지난해 5월부터 시작한 카드 자동 해지 감독 규정 폐지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에 따른 비대면, 간편결제가 활성화되면서 휴면카드 증가세는 더 심화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 시점에서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이 등장했다. 최근 정부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선별적으로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약 6조3000억원의 규모로 지급 방식은 1차 때와 마찬가지로 고객이 카드사를 지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그런데 카드사가 ‘휴면카드’를 꺼내 든 이유는 바로 과도한 마케팅을 피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금융당국은 카드사에 ‘공적 자금을 마케팅 수단으로 삼지 말라’고 경고했다. 2차 재난지원금 카드 지정을 공공연하게 홍보하기에는 금융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에 휴면카드 활성화 카드를 꺼내 들면서 홈페이지, SNS, 블로그를 통한 소극적 마케팅에 나선 셈이다.

 

우선 현대카드는 '현대카드 ZERO(온라인 카드 발급)' 고객 중 지난 6개월(이벤트 신청일 전날 기준)간 결제 내역이 없는 고객을 대상으로 내달 15일까지 15만원 이상 결제시 스타벅스 쿠폰 30장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선보였다. KB국민카드 역시 지난 6개월(3월10일~9월9일) 동안 결제한 내역이 없었던 고객(온라인 카드 발급)을 대상으로 'KB국민 굿데이카드'와 'KB국민 Get100카드' 중 Visa 브랜드로 10만원 이상 결제한 경우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모바일 쿠폰을 20장 제공한다. 하나카드 역시 6개월간 이용실적이 없는 휴면 고객을 대상으로 'wavve 카드' 월 이용실적 10만원 이상인 고객이 이벤트에 응모하면 스타벅스 쿠폰 20장과 1만원을 제공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입장에서는 직접적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유치하기 위해 휴면카드 마케팅을 진행한다고 볼 순 없다”라고 설명하면서도 “하지만 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휴면카드 수를 줄이고, 재난지원금도 유치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매력적인 마케팅”이라고 설명했다.

 

young070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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