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 정기예금에 한숨…증권사 발행어음에 ‘뭉칫돈’

NIS 하락세 비상걸린 은행, 특판에 별다른 흥미 보이지 않아
발행어음 금리 1%대 중후반…특판 시 최고 10% 금리 제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비즈=안재성 기자]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0%대까지 내려간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비슷한 형태의 상품이면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증권사 발행어음이 주목을 받고 있다.

 

증권사 발행어음 금리는 보통 1%대 중후반으로 은행 정기예금보다 훨씬 높다. 게다가 특판의 기회를 잘 잡으면 최고 10%까지 가능하다.

 

◆“너무 낮아”…소비자들 은행 정기예금 외면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6월말 현재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0.89%로 전월 대비 0.18%포인트 떨어졌다.

 

이미 다수의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도 0%대를 기록 중이다. KB국민은행의 ‘KB국민첫재테크예금’은 연 0.70%,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 금리는 연 0.60%, 하나은행의 ‘하나원큐 정기예금’은 연 0.80%다.

 

이처럼 금리가 극도로 낮아지면서 소비자들도 은행 정기예금을 외면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올해 6월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517조원에 그쳐 전년말보다 2.2% 축소됐다.

 

게다가 순이자스프레드(NIS) 하락 위험에 시달리는 은행들이 예년과는 달리 특판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아 이런 현상은 더 심화될 전망이다. 6월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평균 NIS는 1.54%로 전년말(1.71%) 대비 0.17%포인트 떨어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정기예금을 통한 자금조달이 양도성예금증서(CD)나 은행채보다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며 “급여 이체 계좌 등 핵심예금 확보에만 진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행어음 ‘인기’…적립식 금리 2%대 초중반

 

이에 따라 조금이라도 더 높은 금리를 원하는 소비자들은 증권사 발행어음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거치식 발행어음은 고정금리를 적용, 만기에 원리금을 동시 상환해준다는 점에서 은행 정기예금과 상품구조가 유사하다. 그러면서 금리는 은행보다 훨씬 더 우호적이다.

 

현재 KB증권의 1년제 거치식 발행어음 금리는 연 1.95%다. 한국투자증권은 연 1.60%, NH투자증권은 연 1.55%다. 모두 0%대의 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 꽤 높은 수준이다. 적립식 발행어음 금리도 대개 2%대 초중반이라 1%대 중반 수준인 은행 정기적금과 금리차가 크다.

 

무엇보다 특판을 꺼리는 은행과 달리 증권사들은 거치식, 적립식 등 여러 종류의 발행어음 특판에 적극적이다. 이를 잘 활용하면 상당한 고금리 혜택을 누릴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달까지 카카오뱅크를 통한 계좌 개설 고객 선착순 4만명을 대상으로 연 4.5% 금리의 적립식 발행어음 특판 이벤트를 가졌다. 한국투자증권도 지난 4월 뱅키스 계좌개설 고객과 금융상품권 등록 고객을 대상으로 각각 연 3%와 연 10% 금리의 발행어음을 특별판매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또 연 2.4% 금리의 거치식 발행어음 특판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발행어음 1호’인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액은 이미 8조원을 넘겼다. NH투자증권은 5조원, KB증권은 4조원에 육박하는 등 빠른 속도로 잔액이 불어나는 중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중금리가 너무 떨어지다 보니 은행 정기예금의 대안으로 증권사 발행어음을 택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며 “특히 자산가들의 뭉칫돈이 유입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연 2.4% 금리를 적용하는 KB증권의 6개월 만기 발행어음은 판매 개시 후 12일 간 220명이 250억원어치를 사갔다. 평균 1억원 이상 투자한 셈이다. KB증권 관계자는 “최대 한도인 1억2000만원까지 채워 가입한 고객이 대다수”라고 전했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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