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거듭하는 주유소…에너지·물류·모빌리티 허브로

SK에너지 주요소 내 전기차 충전 시연장면. SK에너지 제공

[세계비즈=오현승 기자] 주유소가 단순히 ‘기름을 넣는 곳’이라는 전통적 개념에서 벗어나 에너지, 물류 및 모빌리티 거점으로 그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주유소의 변신은 공급과잉 및 가격경쟁 심화에 따라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주목도가 부쩍 높아진 것도 이러한 흐름에 영향을 미쳤다. 정유회사들이 설계하는 ‘미래형 주유소’는 어떠한 모습일지 살펴봤다.

 

 SK에너지는 기존 석유제품 공급이 주로 이뤄진지던 주유소를 ‘모빌리티 & 에너지솔루션 허브’로 전환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조경목 SK에너지 사장은 지난달 사내뉴스채널 기고문에서 “전국의 3000개가 넘는 SK에너지 주유소의 활용 방식을 획기적으로 전환해 다양한 소비자들에게 생활 편의, e-모빌리티, 에너지솔루션 영역에서 차별적인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SK에너지는 스마트 주유, 세차, 정비 등 차량 관리 서비스를 한 번에 제공하는 플랫폼 ‘머핀’을 통해 전기차 충전까지 서비스 영역을 넓힌다. 앞서 SK에너지는 지난해 7월 한국에너지공단, 에스트래픽과 친환경 에너지 사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를 맺고, 오는 2023년까지 190개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시설을 갖춘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향후 세차, 주차 및 발렛파킹 등을 포함해 자동차 정비, 보험 등으로도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SK에너지는 주유소에 연료전지 또는 태양광 발전 설비를 도입해 자동차, 트럭 등에 전기와 수소를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조 사장은 “장기적으로는 지역 내 전력을 공급하는 마이크로 그리드 사업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GS칼텍스 역시 주유소를 ‘미래형 에너지 모빌리티 허브’로 키워나가고 있다. 주유소 기능을 전기차 및 수소차 충전, 물류, 스타트업 협업 서비스, 카셰어링 등을 위한 공간으로 확장시키겠다는 포부다. 이 회사는 지난해 전기자동차(EV) 충전 사업을 시작해 현재 전국 44개소 주유소·충전소에 100kW급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이를 위해 ▲기아자동차(전기차 제조) ▲LG전자(관제솔루션 및 장비) ▲시그넷이브이(충전기 제조) ▲소프트베리(전기차 어플리케이션) ▲그린카(전기차 카셰어링) 등 이종 업권과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GS칼텍스는 2022년까지 100kW이상 초급속 전기차 충전기를 160개 수준으로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6월 8일 오전 제주도 GS칼텍스 무수천주유소에서 열린 드론 배송 시연 행사에서 드론이 이륙하고 있다. GS칼텍스 제공

 이 회사는 지난 5월엔 현대자동차와 공동으로 서울 강동구 소재의 주유소·LPG충전소 부지에 ‘H강동 수소충전소 GS칼텍스’를 준공해 영업을 시작한 바 있다. 이 밖에 GS칼텍스는 차량공유업체 그린카와 제휴를 통해 전국 130여 개 주유소에 공유차량을 배치해 주차 및 차량 관리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지난 6월엔 주유소를 드론 배송 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한 시연행사도 가졌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18년 수소, 전기 등 대체 연료를 포함해 휘발유, 경유, LPG 등 전통 연료까지 다양한 차량용 연료를 한 곳에서 채울 수 있는 국내 1호 복합에너지스테이션을 오픈했다. 지난해 10월엔 쿠팡과 주유소 기반 물류 거점 구축을 위한 전략적 제휴 협약식을 갖기도 했다. 주유소 공간을 로켓배송 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주유소 공간을 활용해 패스트푸드, 편의점, 창고대여 등 수익사업뿐만 아니라 여성안심택배, 무인도서반납함 등 다양한 민관협력 공익사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에쓰오일도 경쟁력 있는 유외사업 발굴에 한창이다. 유류 판매와 연계성이 가장 높은 세차 서비스의 고급화·표준화를 통한 수익 증대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세차 프렌차이즈 서비스를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엔 세븐일레븐과 손잡고 국내 주유소 최초로 무인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를 서울 강동구에 오픈하기도 했다. 이 회사는 공유 자전거 서비스 ‘일레클’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나인투원과 손잡고 주유소 유후 공간을 전기자전거 주차, 대여 및 반납을 위한 ‘일레클존’으로 활용하고 있다. 향후 배터리 충전 및 정비 등으로 업무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hsoh@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