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 합병, 보험업계에 새 바람 불러일으킬까?

공룡 생보사 탄생…‘생보 빅4’에서 ‘생보 빅5’ 체계로 개편
이질적인 조직 문화 우려…단순 합병보다 시너지 살려야

사진=연합뉴스

[세계비즈=안재성 기자]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합병으로 내년 7월에 새로운 ‘공룡 생보사’가 탄생할 예정인 가운데 생명보험업계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두 생명보험사가 합병하면 규모는 NH농협생명보다 더 커져 ‘생보 빅4’에서 ‘생보 빅5’ 체계로 개편될 전망이다.

 

그러나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조직 문화가 워낙 이질적이라 둘을 융합시키는 건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또 단순 합병만으로는 견고한 생보업계 1~3위 구도에 균열을 내기 힘들어 신한금융그룹 차원의 대응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뒤바뀌는 생보업계 판도

 

신한금융은 올해 3월 30일 뉴라이프추진위원회 회의를 열어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통합일을 내년 7월 1일로 확정했다.

 

업계 5~6위권인 두 생보사가 합병하면, 규모가 단숨에 부풀어 오른다. 지난해말 기준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총자산 합계는 68조498억원에 달해 64조8154억원의 농협생명보다 커진다. 수입보험료도 8조원을 넘겨 농협생명보다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합병 생보사가 생보업계 4위로 떠오르고, 업계는 ‘빅5’ 체계로 개편되는 것이다.

 

특히 당기순이익 순위는 한화생명을 제치고 생보업계 3위까지 뛰어오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당기순익 합계는 3954억원으로 삼성생명(8338억원), 교보생명(5212억원)에 이어 3위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둘 다 보험사의 가장 기본인 보험설계사 조직을 충실히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두 회사의 보험설계사 수 합계는 1만2000명이 넘어 1500명 수준인 농협생명보다 훨씬 많다”며 “통합 생보사의 4위 자리는 공고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영업채널 및 상품이 별로 겹치지 않는 점도 긍정적이다.

 

신한생명은 텔레마케팅(TM) 채널과 방카슈랑스 채널에 강하며 여성 보험설계사의 비중이 높다. 반면 오렌지라이프는 대면 채널 위주이며 남성 보험설계사들이 많은 편이다.

 

상품에서도 신한생명이 저렴한 건강보험 등 보장성보험 위주인 반면 재무설계를 추구하는 오렌지라이프는 종신보험, 변액보험 등 고액 보험의 비중이 높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두 생보사의 영역이 거의 겹치지 않아 시너지효과는 상당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질적인 조직 문화에 설계사 이탈 우려도

 

다만 두 생보사가 과연 물리적 통합을 넘어 화학적 통합을 이룰 수 있을지에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신한생명은 국내 금융지주 계열사고, 오렌지라이프는 외국계 회사라 조직 문화가 크게 이질적인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오렌지라이프는 타 국내 금융사보다 훨씬 자유롭고 통제가 약하다”며 “만약 신한금융이나 신한생명의 문화를 억지로 오렌지라이프에 주입하려 들면 기존 임직원이나 보험설계사들이 대거 이탈할 수도 있다”고 염려했다. 그는 “특히 보험설계사들의 이탈은 수입보험료의 감소로 이어지기에 보험사에게 치명적인 손실”이라고 강조했다.

 

신한금융도 이 점을 감안, 본격적인 합병에 앞서 화학적인 통합을 위해 임직원 트레이드부터 실시했다.

 

7월 1일자로 오렌지라이프의 이기흥 고객유지트라이브 부사장과 유희창 소비자보호SMG그룹 상무가 각각 신한생명의 DB마케팅그룹 부사장 및 금융소비자보호총괄 상무로 옮겨갔다. 동시에 신한생명의 김태환 DB마케팅그룹 부사장보와 원경민 금융소비자보호총괄 상무는 같은 날짜에 오렌지라이프 고객유지트라이브 부사장과 금융소비자보호총괄 상무로 이직했다.

 

직원 여럿도 서로 자리를 바꿨다. 신한생명 허영재 GA사업팀장, 강대윤 보험금심사팀장, 오준석 오렌지라이프 원신한추진팀 파견 등은 각각 오렌지라이프 GA채널기기획부장, 보험금심사SMG 부장, 원신한추진팀 부장으로 갔다. 김병환 오렌지라이프 GA채널기획부장, 노태경 보험금심사SMG 부장, 조정섭 신한생명 글로벌사업팀 파견은 각각 신한생명 GA사업팀장, 보험금심사팀장, 글로벌사업팀장으로 수평 이동했다.

 

양 사는 조직 및 업무 규정 통합에도 박차를 가해 내년초에는 양사의 조직 전체를 통합 보험사 기준으로 개편할 예정이다.

 

한편 화학적 통합이 이뤄져도 생보업계의 판도를 근본부터 흔들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생보업계 1~3위 구조가 워낙 견고한다는 이유에서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업계 1~3위 구도는 수십 년 전부터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며 “통합 생보사도 단지 그들에 이어 4위에 머무를 뿐이라면, 농협생명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통합 생보사가 생보업계 1~3위의 아성을 흔들려면, 신한금융 차원에서의 총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신한금융은 통합 생보사를 포함해 그룹의 시너지효과를 최대한 높이는 길을 디지털 강화 및 자산운용 효율성 확대로 잡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7개 그룹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디지로그위원회’가 신설됐다. 이 위원회에서는 그룹의 주요 디지털 사업 어젠다를 논의하고, 디지털금융 선도를 위해 디지로그 4대 핵심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강력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조 회장을 비롯 그룹사 CEO들이 모두 참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룹의 전략에 맞춰 오렌지라이프는 전사 차원의 디지털 전략 추진을 위한 디지털 CX실을 신설했다. 신한생명도 고객 기반 확대를 위한 조직, 고객전략그룹을 신설했다.

 

더불어 운용자산이익률을 높이기 위해 세계 3대 사모투자펀드(PEF)로 꼽히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제휴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KKR은 합병 생보사의 자산도 수천억원에서 1조원 가량 운용할 전망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신한금융의 거대한 전략 하에 통합 생보사가 공격적인 경영으로 나오면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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