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여지가 없다”…조선업계, 코로나發 구조조정 본격화

코로나19 타격으로 업황 부진을 겪어온 한국 조선업계가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사진=뉴스1

 

[세계비즈=김진희 기자] 한국 조선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타격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황 부진의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나면서 기업들은 부서를 줄이고, 희망퇴직을 받는 등 절박한 허리띠 졸라매기에 돌입했다. 업계는 코로나19의 조선업계 타격이 하반기에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3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STX조선해양이 희망퇴직 형태로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회사 측은 지난 13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최대 통상임금의 14개월치를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STX조선은 코로나19 여파로 선주들과의 대면에 어려움을 겪으며 올해 단 1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수주잔량은 현재 7척에 불과하며, 올 하반기 추가수주가 없을 경우 내년 1분기에 일감이 바닥난다.

 

 회사 관계자는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으로 건조물량이 거의 없는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회사 경쟁력 회복을 위해서는 인건비 등 고정비 절감이 필요해 절박한 심정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STX조선해양은 경영난으로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간 지난 2013년부터 여러 차례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당해 12월 기준 3400여명이던 직원은 현재 1000명대로 줄었다.

 

 최근 경남도는 고용유지지원금 일부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했으나, STX조선해양이 고사했다. 현실적으로 지원금을 받아도 회생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STX조선해양은 “회생을 위해 경남도에서 고민과 제안을 해준 부분은 감사하지만 장기적인 회사 사정을 고려했을 때 고정비 자체를 낮추지 않으면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6개월의 한시적 지원은 장기적인 대안이 되지 않아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도 1일부터 조선사업부와 해양사업부를 통합하는 등 기존 부서를 20% 줄인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임원 수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전망이다. 현대중공업도 코로나19로 인한 대내외적 경영환경 악화를 조직개편의 이유로 들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금은 생존을 위한 위기극복이 가장 우선인 만큼 모든 역량을 투입해 올해 경영목표 달성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이번 조직개편은 다가오는 하반기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지난 5월 카타르발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100여척 건조 슬롯 계약을 예로 들며 한국 조선업계 상황을 낙관하기도 한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호재는 맞지만 실제 발주가 나와야 도움이 되고, 발주가 나와도 2027년까지 수년에 걸쳐서 인도해야 하기 때문에 조선업 도약으로 보기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LNG선을 제외하고 한국 조선사가 제조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선박인 초대형 컨테이너선,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수주 소식이 뜸하다는 점도 한국 조선업계의 근심을 더 키우고 있다. 실제로 한국 조선사들은 6월 말까지 올해 수주 목표액의 10% 정도를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해운 시장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세계 누적 선박 발주량은 469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61%나 급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물동량 감소, 유가 상승으로 인한 해양플랜트 발주 중단 분위기, 미중무역분쟁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호재로 불리는 카타르발 LNG 건조 슬롯 계약도 과거 사례를 참조해 신중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2004년에도 카타르는 한국 조선소와 LNG선 90여척 슬롯 계약을 했지만 실제 발주는 53척에 그쳤기 때문이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 4월 보고서를 통해 조선사의 수주가 지속적이지 않으면 ‘수주절벽’을 마주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양 연구원은 “(한국 조선사가)2022년 확보한 일감은 약 400만CGT로 올해 중 2022년 인도계약분으로 최소 500만CGT를 추가로 확보하지 못하면 생산량 감소, 일감 부족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 고용 불안정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 연구원의 지적은 이번 STX조선해양 희망퇴직으로 현실화된 셈이다. 조선업계는 관계자는 “기존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코로나19의 진정을 기다리겠다”며 “비대면 수주 활동 등 모든 역량을 다해 수주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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