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롭테크 투자에 폐기물 사업까지… 재도약 노리는 중견 건설사들

플랜에이치의 오픈이노베이션 현장 모습    사진 호반건설 제공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주택시장의 불안정성이 확산되는 가운데 중견 건설사들이 사업 다각화 전략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기존 주택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프롭테크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신 사업을 개척해 대형 건설사들의 ‘물량 공세’에 맞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10위에 진입한 호반건설과 호반그룹은 신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지난해 2월 플랜에이치벤처스를 설립하고 모기업과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스타트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호반건설·우미건설, 프롭테크 스타트업 투자

 

플랜에이치는 호반건설 김대헌 기획담당임원 주도로 설립된 액셀러레이터 법인으로 건설 관련 디지털 콘텐츠 제작, 인공지능 기반 3D설계 솔루션 개발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운영하는 민간투자주도형 기술 창업지원프로그램 팁스(TIPS) 운용사로 최단 기간인 6개월 만에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엔 아파트 시장 관련 다양한 시각화 데이터를 제공하는 프롭테크 기업 ‘지인플러스’, 안면인식 기반 보안솔루션 업체인 씨브이티(Creative Value Technology, CVT)에 투자하며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호반건설은 연내 그룹의 ‘오픈이노베이션 펀드’를 조성해 보다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향후 부동산 시장에선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자산 가치를 산정하는 기업이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인플러스 투자를 시작으로 기술성과 사업성을 보유한 프롭테크 기업에 투자 및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미건설도 스타트업 투자에 주력하고 있는 건설사 중 하나다. 이 회사는 지난 1월 부동산중개플랫폼 직방이 세운 ‘프롭테크’에 특화된 IT전문 투자회사인 브리즈인베스트먼트의 펀드에 100억원을 출자했다. 이전에도 디지털 부동산 수익증권 유통 플랫폼 핀테크 기업인 ‘카사코리아’를 비롯해 3D 공간데이터 플랫폼 ‘어반베이스’, 3D 디지털 트윈 제작기술을 가진 ‘큐픽스’, 1인가구 타깃 공유주거서비스 업체인 ‘미스터홈즈’, ICT 기반 스마트 공유주방업체 ‘고스트키친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한 바 있다.

동부엔텍이 위탁 운영하는 양주권 자원회수시설   사진 동부건설 제공

◆동부건설, 생활·건설 폐기물 처리업 진출

 

주택사업 외에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하는 기업도 있다. 동부건설은 작년부터 폐기물 처리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건설폐기물 영역은 WIK중부·WIK환경·WIK경기·용신환경개발 등 WIK-용신환경개발 4개사를 인수한 에코프라임PE 사모펀드에 간접투자하고, 생활폐기물 영역은 올해 4월 1일 물적분할을 통해 ‘동부엔텍’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사업에 참여 중이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국내 폐기물 연간 처리량이 매년 2.7%씩 증가하는 등의 상황을 고려할 때 폐기물 처리업 시장 전망은 긍정적인 편”이라며 “폐기물 소각 분야의 약 50%를 차지하는 민간소각 분야는 정부의 환경규제와 집단민원으로 인한 소각시설 신규 설치 제한으로 처리 단가가 상승 추세라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엔텍은 현재 공공소각시설 민간 위탁운영 업계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소각산업 부문을 분할함으로써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두 기업의 경영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동부엔텍 관계자는 “현재 모기업이 건설폐기물 수집·운반·재활용 전문업체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한편 민간 소각사업소 및 매립 분야에 대한 인수·합병을 통한 투자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동산 양극화시대, 신사업 선택 아닌 필수

 

태영건설과 아이에스동서도 폐기물 처리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태영건설은 폐기물 처리업체인 코엔텍 인수전에 참여 중이며, 아이에스동서는 지난해 건설폐기물 처리업체 인선이엔티를 인수하고 현재 태영건설과 함께 코엔텍 인수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코로나19, 글로벌 경기불황, 정부 규제라는 삼중고로 주택시장이 불안정해지자 대형건설사들의 브랜드 아파트로, 서울과 주변 수도권으로 실수요자가 몰리는 ‘분양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주택 사업에 ‘올인’하는 것은 리스크 부담이 커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하는 것은 선택 아닌 필수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건설사들의 자구책만으로는 2008년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현 상황을 제대로 타개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의 전폭적인 예산 지원 및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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