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수주 막힌 대형 건설사, ‘미니 재건축’ 진출 러시

현대건설‧호반건설‧GS건설 등 사업 수주 잇따라
중소 건설사들 “골목상권 침해” 불만도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정부 규제가 덜하고 사업기간도 짧아 건설업계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 수주와 국내 주택사업에 차질이 생긴 대형 건설사들이 대안으로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정부 규제가 덜하고 사업기간도 짧아 건설업계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가운데 그동안 해당 사업을 독식해 온 중소 건설사들 사이에선 ‘골목상권 침해’라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미니 재건축’으로 불리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도로로 둘러싸인 노후 주택지역을 정비한다. 가로(街路) 구역 중 크기 1만㎡ 미만에 노후‧불량 건축물이 전체 3분의2 이상이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단독주택만 있을 경우 전체 주택이 10가구 이상, 공동주택이나 단독‧공동주택이 혼재된 경우에는 20가구 이상의 기준도 충족해야 한다. 보통 대상 주택이 100~200가구로 규모가 작고 사업비도 500억원을 넘는 경우가 드물다.

 

지금까지 대형 건설사들은 재건축,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에 비해 사업 규모가 훨씬 작은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와 서울시의 대형 정비사업 규제 강화, 경기불황 및 코로나19로 인한 해외수주 감소 등으로 경영 실적이 악화되자 가로주택정비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정부가 소규모 정비사업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사업성이 높아진 것도 대형 건설사들의 구미를 당기게 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6일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방안’에 따르면 서울시는 소규모 정비사업의 용적률 상향 최소 조건을 공적임대 20%에서 10%로 완화했다. 또 소규모 정비사업장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이 면제된다.

 

규모가 작은 만큼 사업 진행 속도가 빠른 것도 인기 요인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가로주택정비사업은 특히 인허가 절차가 간소화돼 조합 설립인가부터 입주까지 5년 만에 끝낼 수 있다. 재건축은 적어도 10년 안팎의 시간이 소요된다.

 

대형 건설사 중에선 현대건설, 호반건설, GS건설 등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4월 사업비 400억원 규모의 ‘장위뉴타운 11-2구역 가로주택사업’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 사업은 지하 1층~지상 7층 규모의 공동주택 167가구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조성한다.

 

호반건설은 지난 2월 500억원 규모의 장위 15-1구역 가로주택사업 시공권을 따냈다. 서울 성북구 장위동 258-2일대에 지하 2층~지상 15층, 3개동, 아파트 206가구를 신축하는 사업이다.

또 GS건설의 자회사 자이S&D는 최근 사업비 480억원 규모의 대구 수성구 수성동1가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수주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소규모 정비사업은 일반 재건축에 비해 수익성이 크지 않지만 실적을 조금이나마 쌓을 수 있고 브랜드를 알릴 수 있어 건설사들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해외사업이 불투명해지면 가로주택정비사업 수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가로주택정비사업장은 주변 환경이 노후된 경우가 많아 좋은 입지를 고르기 어렵고 수익성도 아직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대형 건설사들의 본격적인 진출은 시기상조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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