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프롭테크’… ‘부동산 시세 서비스’ 불법 논란 확산

감정평가사협회, 연립·다세대주택 시세 제공 빅밸류 고발
프롭테크 업계 “일부 기득권 발목잡기, 정부 중재 필요”

한국감정평가사협회는 22일 연립·다세대 주택 시세 등을 제공하는 빅밸류를 감정평가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건설‧부동산업계 신 성장동력으로 주목받아 온 ‘프롭테크(부동산+기술)’가 위기를 맞았다. 그동안 토지 가치를 수치화하는 감정평가를 전담해 온 감정평가사들이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규 프롭테크 업체의 시장 진출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는 22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이용해 연립·다세대 주택 시세 등을 제공하는 빅밸류를 감정평가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빅밸류가 제공하는 부동산 시세 서비스가 유사 감정평가행위를 금지한 현행 감정평가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빅밸류 측은 “위법성이 없다”며 반박하고 있다.

 

프롭테크는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비대면)’ 서비스가 인기를 얻으면서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프롭테크 시장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빅밸류는 2017년 1월 빅데이터와 AI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연립·다세대 시세 정보를 제공하는 ‘로빅’을 론칭했다. 이 서비스는 2019년 6월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됐다. 신한은행·하나은행·농협중앙회 등 금융권의 굵직한 기업들이 빅밸류의 주요 고객이다.

 

감정평가사협회는 빅밸류가 제공하는 부동산 시세 자동산정 서비스는 유사감정평가행위로서 신뢰도가 낮고 국민에게 혼란을 줄 수 있어 이를 바로잡기 위해 고발 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이다. 현행 감정평가법 49조 2항은 감정평가법인 등이 아닌 사람이나 단체가 감정평가업을 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AI를 이용한 자동산정 서비스는 실거래 자료를 기반으로 하지만 해당 자료는 부실·허위신고 등으로 신뢰도가 낮고 입력정보가 부족하다”며 “자동산정 가격을 담보대출 근거로 활용하면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까지 회계사, 공인중개사 등의 유사 감정평가 행위를 고발한 사건에서 법원은 모두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빅밸류 측은 “주요 은행에 데이터 형태로 부동산 시세 정보를 공급하는 위법성이 없다는 법률의견을 대형 법무법인으로부터 받았다”며 “금융위원회도 빅밸류를 금융규제 샌드박스 기업으로 선정할 당시 법 위반성 여부에 관해 문제가 없다는 국토부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업계에선 감정평가사들과 빅밸류 간 갈등이 부동산업계 ‘제2의 타다’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프롭테크 업체 관계자는 “프롭테크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고발 건은 일부 감정평가사들의 ‘밥 그릇 지키기’를 위한 발목 잡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다만 이 같은 갈등은 신 사업 초기에 필연적인 것으로 정부가 적극 나서 중재하고 관련 규제를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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