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현금화에 실손보험 악용…보험업계 ‘골치’

아프지 않아도 병원 진료 받은 뒤 실손보험금 신청

사진=연합뉴스

[세계비즈=안재성 기자] 최근 긴급재난지원금의 ‘카드깡’ 등이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특별히 아프지 않은데도 재난지원금으로 도수치료나 추나요법 등을 받은 뒤 실손보험금을 신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보험업계는 이같은 재난지원금 악용 사례가 늘어날 경우 실손보험 손해율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모든 국민들은 소지 중인 신용·체크카드의 포인트나 선불카드, 지역사랑상품권 등으로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지급액은 1인 가구 40만원, 2인 가구 60만원, 3인 가구 80만원, 4인 이상 가구 100만원 등이다.

 

그런데 재난지원금이 지급되기 시작하자마자 중고거래사이트에 “40만원 OO사랑상품권, 선불카드, 할인해서 거래해요”라는 글들이 올라오는 등 재난지원금의 카드깡이 유행하고 있다. 지역 사랑상품권이나 선불카드를 할인해 현금화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이같은 행위가 적발될 경우 재난지원금을 회수하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불법적인 방식 외에도 실손보험을 통해 합법적으로 현금화할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이 블로그 등을 통해 돌고 있다. 

 

A씨는 재난지원금을 받은 뒤 이번 기회에 충치 치료를 하기로 했다. 공짜로 치료받으면서 치아보험금까지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나마 A씨는 실제로 충치가 있다. 문제는 크게 아픈 곳이 없음에도 단지 재난지원금의 현금화를 위해 병원을 찾는 소비자들이다. B씨는 며칠 전 도수치료 8회분치(48만원)를 실손보험으로 청구했다. B씨는 “나뿐 아니라 주위에서도 다들 도수치료나 추나요법 등 실손보험이 적용되는 병원 진료를 알아보고 다닌다”며 “합법적이니 문제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미 높은 실손보험 손해율에 시달리고 있는 보험업계로서는 골치 아픈 현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매출이 늘어나는 병원과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는 소비자들은 좋겠지만, 보험금 지출이 증가하는 보험사들은 답답하다”며 “가뜩이나 높은 실손보험 손해율이 재난지원금 때문에 더 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말 기준 실손보험 손해율은 137.2%로 전년동기 대비 5.9%포인트 상승했다. 이미 작년에 심각한 손해율로 인해 실손보험에서만 2조4313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는데, 더 늘어날 위험이 커지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대로 흐르면 올해 실손보험의 영업손실이 3조원을 뛰어넘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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