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의 호텔화’ 커뮤니티시설, 건설사 수주戰 승패 가른다

조합원 표심 얻으려 유치 경쟁 치열, 집값 상승 요인
과잉공급·관리비 문제로 방치… 사후관리 ‘나몰라라’ 건설사도 책임

삼성물산이 반포아파트 3주구에 제안한 리버가든 조감도      사진 삼성물산 건설부문 제공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경기불황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택시장이 위축되자 줄어든 ‘파이’를 차지하기 위한 건설사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아파트 수주전에 참가한 건설사들이 조합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가장 공들이는 것 중 하나가 커뮤니티 시설이다. 커뮤니티 시설은 아파트 단지 내에 고급화돼 들어선 카페테리아, 도서관, 노인정, 헬스장, 실내 골프장, 키즈카페, 사우나 등을 통칭한다. 실내천, 야외정원, 생태연못 등 실외 조경시설도 고급 아파트 여부를 결정짓는 필수 요소로 꼽힌다.

 

과거엔 호텔이나 고급 오피스텔 등에만 커뮤니티시설이 들어섰지만 점차 아파트로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이는 초미세먼지 등 각종 환경유해물질의 증가, 코로나 같은 대규모 감염병의 위협이 커지면서 계절이나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내부에서 생활·레저 인프라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의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잠옷·슬리퍼 같은 편한 복장으로 편의시설 이용이 가능한 입지를 의미하는 ‘슬세권’, 집 근처에 교육·취미·휴식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단지인 ‘올인빌’ 등 주거 편의성을 강조하는 신조어가 등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엔 전망이 좋은 아파트 고층에 들어서는 ‘스카이 커뮤니티’도 인기다. 반포아파트 3주구 재건축 입찰에 참여한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아파트 33층에 프라이빗 스파와 피트니스 시설, 한강과 도심을 내려다 보이는 도서관 등을 한 곳에 모은 스카이 커뮤니티를 제안했다.

 

같은 회사가 서울 용산구에 분양한 ‘래미안 첼리투스’는 각 주거동 17층에 카페, 피트니스시설, 게스트하우스 등을 갖춘 커뮤니티센터 ‘클럽 래미안 클라우드’가 들어서 있다.

 

이밖에 대우건설의 ‘해운대 아이파크’와 효성중공업의 ‘해링턴 타워 광안 디오션’ 등도 스카이라운지, 피트니스센터, 루프탑 가든, 사우나, 북카페 등을 갖춘 스카이 커뮤니티 조성이 예정돼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고급 브랜드 아파트에서 수영장, 체육관, 사우나시설 등은 이미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며 “대단지, 대기업 브랜드일수록 더 큰 규모의 커뮤니티 시설이 조성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커뮤니티 시설이 청약 흥행과 집값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건설사들은 브랜드 가치 개선, 수요자는 집값 상승을 이유로 커뮤니티 시설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들여 조성한 커뮤니티시설이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경우도 적잖다. 수요 예측에 실패해 시설이 과잉 공급되거나, 필요 설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거나, 관리비 문제로 입주민 간 갈등이 촉발돼 장기간 방치되는 게 대표적인 예다. 특히 수영장의 경우 매달 발생하는 고정 비용이 비싸 입주민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폐쇄돼 방치되기 쉽다. 이 같은 사례는 서울보다 미분양 아파트가 많은 지방과 신도시에서 더욱 자주 발생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크고 럭셔리한 시설에 호감을 느껴 입주했다가 막상 운영비를 내야 한다는 사실에 난색을 표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아무리 좋은 커뮤니티시설도 제대로 활용하지 않으면 없는 것만 못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커뮤니티시설을 지어놓고 사후관리엔 나몰라라 하는 경우가 적잖다”며 “정확한 수요 예측 없이 화려하게만 지은 커뮤니티시설은 고분양가를 유발하는 주요인으로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pjh12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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