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여파에 증권사 1Q 실적 전망 ‘암울’

브로커리지 증가에도 IB 실적 저조·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

코로나19 여파에 국내 증권사들의 1분기 실적이 큰 폭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비즈=주형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크게 출렁이면서 국내 증권사들의 1분기 실적 전망에 먹구름이 꼈다. ‘주린이(주식투자 초보자를 뜻함)’의 증가로 브로커리지 부문이 증권사 수익에 주요 부분을 담당할 것으로 보이지만 1분기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는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0.82% 감소한 120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NH투자증권은 50.58% 감소한 1171억원, 메리츠종금증권은 43.04% 줄어든 945억원, 키움증권은 56.02% 감소한 891억원으로 추정된다. 미래에셋대우는 9.54% 감소한 128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대우와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 5개 증권사의 합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3.1%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순이익 감소폭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NH투자증권으로 전 분기 대비 30.9% 줄어든 805억원으로 예상된다. 이어 미래에셋대우가 30.4%, 키움증권이 15.4%, 한국금융지주가 1.8%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분기에 순손실을 기록하는 증권사가 나오는 등 실적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 1분기 증권사들의 실적 부진은 3월부터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글로벌 증시 변동성 확대에 따라 주가연계증권(ELS), 채권, 주식성 자산 등 다양한 부분에서 운용자산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호실적을 이끌었던 투자은행(IB)부문의 실적도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5개사의 1분기 IB부문 수수료는 2288억원으로 지난 분기보다 31.1% 감소할 전망이다. 코로나19가 국내외로 확산하면서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이 수년간 경쟁적으로 나섰던 해외 부동산 투자도 위험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은 지난해 9월 중국 안방보험이 보유한 미국 고급호텔 15곳을 58억 달러(약6조9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국내 증권사들은 인수한 해외 부동산을 펀드 등에 재매각(셀다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의 해외 부동산 투자 펀드 설정액은 3월 말 기준 54조7935억원에 달한다. 이는 2015년 말(11조2779억원)보다 4.9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한국신용평가가 추산한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익스포저(위험 노출) 금액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8조원에 달한다.

 

무디스는 “대체 투자에 나선 증권사들의 재매각에 차질이 발생한다면 자산평가 손실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주식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브로커리지 부문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1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은 15조원으로 직전 최고 기록인 2018년 2분기 13조9000억원을 경신했다. 특히 개인들의 저가매수 심리 확대로 주식 거래 활동 계좌수는 3월에만 82만개 이상 증가했는데 이는 248만개가 늘었던 2009년 4월 이후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

 

위탁매매 부문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1분기 위탁매매 부문 수익은 6151억원으로 지난 분기 대비 23.5% 증가할 전망이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 브로커리지 수수료이익은 전분기 대비 53% 증가했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증시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이 43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52%나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당분간 거래대금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j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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