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코로나19 중증 환자 혈장치료… ‘2명 완치’

[정희원 기자] 코로나19 중증환자 2명이 기존 완치자의 혈장을 이용한 치료를 받고 모두 완치됐다.

 

최준용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팀은 7일 국내 최초로 급성호흡곤란증후군 (ARDS)이 동반된 위중한 코로나19 환자 두 명을 대상으로 완치자의 혈장을 주입한 결과, 증세가 호전됐다고 밝혔다. 한 사람은 퇴원했다.

최준용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

7일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1만명을 넘어섰다. 세계적으로는 120만명을 돌파했으며, 사망자만 7만명 이상이다. 아직 관련 치료제나 백신 개발이 요원한 만큼, 이번 치료결과는 고무적이다.

 

최준용 교수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코로나19 치료에 혈장치료가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원리가 궁금하다.

 

“중증 폐렴을 치료하려면 바이러스 증식과 과도한 염증 반응을 모두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 염증 반응을 완화하는 스테로이드 치료를 사용한다. 다만 스테로이드는 염증 반응을 호전시키나 바이러스 증식에는 악영향을 미친다.

 

이때 완치자의 회복기 혈장 속에 있는 중화 항체를 통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치료가 병행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염증을 가라앉히는 스테로이드와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 혈장 조합이 위중한 코로나19 환자에게 시도될 수 있는 이유다.

 

이처럼 완치자의 혈장을 이용한 치료는 이미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에볼라 바이러스, 조류 독감 등 신종 바이러스 감염치료에 사용된 바 있다”

 

-실질적인 치료효과가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두 환자 모두 회복기 혈장 투여 및 스테로이드 치료 후 염증 수치·림프구수 등 각종 임상 수치가 좋아졌다.”

 

-대략적인 치료과정을 설명해달라.

 

“처음 혈장치료를 받은 김모 씨(71·남)는 열·기침 증상을 보이다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 초기에 말라리아·에이즈 치료제로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았지만, 상태가 악화돼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됐다.

 

도착 당시 호흡 속도는 분당 30회 이상(정상 성인의 경우 20회 이하)으로 흉부 X-레이 검사에서도 양쪽 폐에 모두 심각한 폐렴 증상이 보였다. 급성호흡곤란증후군으로 인공호흡기를 부착했지만, 상태는 좋아지지 않았다. 염증수치를 나타내는 C-반응성단백(CRP)의 경우 172.6㎎/ℓ(정상 8㎎/ℓ 미만)까지 상승했다.

코로나19 진단 후 혈장치료를 받고 완치된 70대 남성의 치료 전후 흉부 X-레이 사진, 세브란스 제공

연구팀은 이 환자에게 완치 판정을 받고 2주가 지난 남성의 회복기 혈장 500㎖를 12시간 간격으로 두 번에 걸쳐 투여했다. 스테로이드 치료도 병행했다.

 

이후 열이 떨어지고 CRP는 5.7㎎/ℓ로 정상범위에 들어섰다. 흉부 X-레이 검사 상 양쪽 폐도 더 이상 나빠지지 않았다. 혈장을 투여받는 동안 특별한 부작용도 없었다. 현재 김 씨는 인공호흡기를 제거했고,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반응으로 완치 판정을 받았다.”

 

-완치 후 퇴원한 환자도 있다던데.

 

“두 번째 혈장치료를 받은 이모 씨(67·여)다. 고혈압 병력이 있는 환자였는데, 고열·근육통으로 코로나19 진단을 받았다. 진단 3일째부터 호흡 곤란으로 산소요구량이 높아지면서 왼쪽 폐 상태가 나빠져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송 당시 호흡 속도는 분당 24회, 산소포화도는 산소 투여에도 93%(일반 평균 95% 이상)로 확인됐다. 면역결핍(림프구감소증)과 함께 CRP 역시 314 ㎎/ℓ까지 상승했고, 심각한 호흡곤란 증세로 인공호흡기를 부착했다.

코로나19 진단 후 혈장치료 후 퇴원한 60대 여성의 치료 전후 흉부 X-레이 사진, 세브란스 제공

이 씨도 말라리아·에이즈 치료제를 투여하고 산소 수치를 높이는 처치를 받았지만 림프구감소증과 고열이 지속됐다. 스테로이드 치료에도 불구하고 림프구감소증이 지속되고 바이러스 농도는 증가하고 있었다.

 

이 씨에게는 완치자의 회복기 혈장을 12시간 간격으로 두 번에 걸쳐 투여했다. 김 씨와 마찬가지로 치료 후 림프구수가 회복되고 바이러스 농도가 감소했다. 흉부 X-레이 검사에서 폐 침윤이 몰라보게 좋아졌으며, CRP도 정상 수준을 회복했다. 이후 완치 판정을 받은 이 씨는 지난 3월 말 퇴원했다.”

 

-이번 결과를 미뤄봤을 때, 모든 코로나19 감염환자에게 혈장치료를 시도해도 되는지.

 

“혈장치료는 나름의 부작용들이 있고 대규모 임상시험이 없어 과학적인 증거는 충분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다만 항바이러스 치료 등에 효과가 없는 중증 환자들에게 스테로이드 등의 치료와 병행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혈장 관리 시스템이 필요할 것 같다.

 

“그렇다. 완치자 중 혈장 기증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혈장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혈장 기증자를 모집하고 혈장을 확보해 적절히 배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상황이다.”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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