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비즈=박정환 기자] “아파트값이 3개월 만에 5억원 빠졌어요, 이런 적은 처음입니다.”
서울 강남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대출 규제를 강화한 ‘12·16’ 대책으로 수요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초대형 악재까지 겹친 결과다.
한국감정원의 3월 2주(3월 9일 기준)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강남 4구의 아파트 매매가는 최대 0.06%까지 떨어졌다. 구별로 강동구는 0.06%, 서초구 0.02%, 송파구 0.01%, 강남구는 0.01% 줄었다. 강남4구가 일제히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한 것은 2019년 3월 22일 이후 1년 만이다.
강남 4구의 아파트 가격은 12·16 대책 이후 상승세가 줄었고 올해 1월 셋째주를 기점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강동구 암사동 롯데캐슬퍼스트는 1500만~4000만원, 서초동의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반포와 주공1단지는 1000만~2500만원 하락했다. 작년 26억880만원에 매매됐던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리체는 21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84.99㎡)은 작년 연말 24억9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 23억원에 매매됐다. 작년 연말 17억9000만원에 팔렸던 강남구 역삼동 e편한세상(59.60㎡)도 지난달 16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또 반포동 반포래미안아이파크(112㎡)는 지난해 11월 30억4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 25억500만원으로 하락했다. 잠실동 리센츠아파트(전용 84㎡)도 3개월 전보다 5억원 내린 16억원에 거래됐다.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무주택 실수요자는 대출이 막혔고 1주택자의 갭투자마저 제한된 데다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까지 가중되며 서울 강남권 아파트 시장이 위축된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조정대상지역의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3억원 이상 주택은 자금조달계획서 제출가 의무화된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위축으로 주택 거래량이 줄고 있다”며 “특히 고가주택과 재건축 단지가 밀집된 서울 강남4구가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대장주가 주도하던 상승세는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일부 급매 건으로 인한 착시현상일 뿐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시세보다 10~20% 싼 급매물 외에는 아예 거래 문의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일단 거래가 되지 않으니 가격 조정이 더뎌지고, 매수세가 없어 가격을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라 향후 거래량과 가격변동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주택가격 급상승에 따른 보유세 부담 증가도 고가아파트가 약세를 보이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금리 인하 가능성, 시장에 풀린 유동자금의 증가 등 요인으로 강남 4구의 아파트값 하락세는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는 시장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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