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계 자산 부동삼 쏠림 ‘심각’…비금융자산 비중 80%

美 30%·日 36%와 차이 커

그래프=메트라이프

[세계비즈=안재성 기자]한국 가계 자산의 부동산 쏠림이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 비중이 80%에 달해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차이가 컸다. 

 

또 가계의 외화자산 비중이 너무 낮아 리스크헤지 차원에서 외화자산을 늘려야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현대경제연구원과 메트라이프생명이 올해 8월부터 10월까지 수도권에 거주하는 30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국 수도권 가계의 자산배분에 대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금융자산 비중은 20%에 불과했다.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이 80%라는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비금융자산에는 자동차 등 동산도 포함되지만 한국 특성상 대부분 부동산이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선진국과 현격한 차이다. 지난 2017년말 기준 미국 가계의 금융자산 비중은 70%에 달했으며 비금융자산 비중은 30%뿐이었다. 일본도 비금융자산 비중이 36%에 머물렀다. 

 

다만 젊은 연령대일수록 부동산 편중 현상이 조금은 완화되는 모습이다. 60세 이상의 비금융자산 비중이 82%인데 반해 30대는 76%였다. 

 

또 한국 가계의 원화자산 편중도도 매우 컸다. 전체 응답자 중 외화자산 보유자는 13.3%에 불과했다. 이들의 평균 외화자산 비중도 9.6%에 그쳤다. 

 

외화 금융자산을 갖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여유자금 부족’이 51.8%, ‘정보 부족’이 33.8%를 차지했다. 즉, 외화자산은 재산이 많은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다는 선입견이 강한 것으로 파악된다. 

 

아울러 한국 가계가 장기적 관점에서 은퇴 이후까지 고려한 금융상품을 선택하기보다 자녀 교육비, 고가 내구재 마련 등 중기적 지출목표에 맞춘 상품 가입을 보다 희망하는 이유도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처럼 원화자산과 부동산에 쏠린 자산배분 구조는 외부충격에 매우 취약한 것이 단점이다. 특히 향후 장기 저성장과 부동산 장기침체가 현실화될 경우 보유자산 가치가 크게 하락할 우려가 높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2016년~2020년 2.5%에서 2021년~2025년 2.1%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2026년~2030년에는 1.9%, 2031년~2035년에는 1.7%로 점진적인 하향 추세를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지나친 부동산 편중을 줄이고 외화자산에도 어느 정도 투자할 것을 권한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은 “일본이 출생률 저하와 인구 고령화로 부동산 버블 붕괴를 경험했던 것처럼 한국 역시 부동산 장기 침체와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된다면 보유자산 가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어 대다수 한국 가계가 노년 빈곤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염려했다.  

 

송영록 메트라이프생명 사장은 “외화자산을 고려한 자산 배분은 더 이상 부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며 “은퇴 이후를 고려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리스크 분산의 필요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eilen78@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