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서 파생금융상품 판매 막아야"…사후규제 강화 필요 의견도

투자자-소비자 모두 전문성 낮아…내부통제시스템도 미작동
징벌적배상제 도입 및 CEO·이사회 책임 물어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은행 파생상품 판매,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사진=오현승 기자

 

[세계비즈=오현승 기자] 최근 발생한 '해외금리연계 파생금융상품(DLS·DLF)' 사태의 재발을 막으려면 은행이 고위험 파생금융상품을 판매하는 행위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 사후 규제 수준을 높여 금융회사가 내부통제시스템을 높이도록 유도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이대순 약탈경제반대행동 공동대표는 14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은행의 파생상품 무엇이 문제인가'란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은행권의 파생금융상품 판매는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이 공동대표는 "은행권에서 금융상품을 취급하는 직원들은 경력의 대부분을 여·수신업무로 보낸 터라 주식, 채권, 선물, 부동산 등의 분야에 전문성이 낮다"며 "단지 핵심성과지표(KPI)에 매달려 판매하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그는 구매자(투자자)의 전문성 측면에 대해서도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은행이 권유하는 투자금융상품과 정기예금 간 이해가 부족하고, 해당 금융상품의 위험성을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과거 '동양증권 사태'에서도 피해자의 대부분은 전통적인 증권사 고객이 아닌 동양증권을 은행처럼 활용하던 사람들이었다고 이 대표는 부연했다. 

 

그는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DLF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내부통제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한 예로 독일국채금리에 기초한 DLS를 설계한 유경PSG의 상품설명서(상품명: '유경 독일금리연계 전문사모증권투자신탁 제1호')는 해당 상품의 위험등급에 대해 '1등급(매우 높은 위험)'이라고 표기했다. 하지만 이를 판매한 우리은행은 사내 상품게시판 공개자료에서 이 같은 내용없이 '과거 18년간 원금손실 0회, 원금손실확률 0%'라고만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은행권의 파생금융상품 판매가 은행의 신뢰 상실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은행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여수신업무를 통한 통화 공급인데, 이 기능을 저해할 수 있는 다른 업무는 가급적 취급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DLF사태를 두고 '위장판매' 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DLS는 증권사에서만 판매가능한 상품인데, 은행이 이 상품을 100% 편입해 DLF형태로 판매한 건 편법"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DLF는 한 개의 증권사가 발행한 DLS 한 종목만 펀드 재산으로 편입했는데, 이는 공모펀드로는 발행 자체가 불가능한 상품"이라고 지적했다.

 

파생금융상품의 판매 채널을 축소시키기 보다는 사후규제 수준을 높여 내부통제시스템 강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상품에 대한 적절한 규제, 감독 및 제재는 필요한 요소이지만, 금융회사의 고위험 파생금융상품의 설계 및 판매 자체를 금지하자는 의견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해외 금융사가 다양한 (파생금융)상품을 국내에 선보일 때 한국 금융사들이 이를 단순히 판매하는 역할에 그치게 될 수 있기 떄문이라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강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 사고 발생에 대한 제재수준을 높이면 충분히 사전 규제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승일 사무금융노조 정책연구소장은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경우 금융회사의 CEO뿐만 아니라 이를 추천한 이사회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추혜선 의원은 인사말에서 "은행은 DLF사태를 거치며 신뢰를 잃었고, 은행 노동자들은 '약탈적 금융'의 가해자로 몰렸다"며 "이번 DLF사태에 대해선 철저한 책임규명과 제도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오는 14일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종합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종합방안엔 은행·보험사에서의 일부 상품 판매 제한, 투자자 보호장치 및 요건 강화, 금융회사 내부통제 및 감독·제재 강화 등의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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