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승이 만난 금융키맨] 안유화 교수 "韓, 중국 연구할 싱크탱크 키워야"

미중갈등에도 테슬라·페이팔 중국 진출…"한국도 기회 잡아야"
기업부채 증가·지방채 건전성 악화 등 中 경제 위기 가능성 전망

금융산업이 격변기를 맞고 있다. 은행·증권· 보험 등 전통적 방식의 업종 간 칸막이가 무의미해지고  IT기기 발달 등으로 글로벌·디지털화도 급속도로 진행되는 모습이다. 이 같이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금융이 갖는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자금 융통의 효율성과 편리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금융의 본래 가치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파이낸스는 자산관리, 디지털 및 글로벌 전략, 빅데이터, 소비자보호, 핀테크 등 다양한 금융분야에서 활동하는 주요 인물들과의 인터뷰를 [오현승이 만난 금융키맨]을 통해 싣는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과 금융 관련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한편 금융산업의 발전 방향도 함께 조망해본다. <편집자주>

 

[세계비즈=오현승 기자]  "한국은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레버리지(지렛대)로 삼아 강대국으로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중국에 대한 장기전략이 없다는 게 문제다."

 

안유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사진)는 "중국이 미국과 함께 G2(주요 2개국)로 부상한지 오래됐지만 한국은 중국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중국 지린화공대에서 화학공정공학을 배운 후 중국 연변대학교에서 법학 석사학위를 땄다. 이후 2003년 고려대 경영대에서 재무론으로 박사과정을 밟았다. 현재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재무론 등 4개 과목을 강의한다. 그는 중국 연변대 경제학과 교수, 삼정 KPMG 리스크 애널리스트, 자본시장연구원 국제금융실 중국담당 연구위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다. 지난 2016년엔 '중국증권행정연구원'을 창립하기도 했다. 7년 넘게 중국자본시장연구회 부회장 활동도 병행했다. 그야말로 국내 최고의 '중국 경제 전문가'다.

 

안유화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세계 최대 시장인데, 이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정책연구기관이 없다"며 안타까워 했다. 안 교수는 한국은 중국을 지렛대로 삼아 4차 산업혁명 등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와 인터뷰 하면서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세계 최대 시장인데, 이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정책연구기관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모아가야만 중국에 대한 국가적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국내 주요 경제연구소에서 중국 연구 인력은 한 두 명에 불과하다"며 "정권이나 기관장 교체에 따라 중국 연구활동이 아예 중단돼 버리기도 한다"며 아쉬워했다.

 

단적인 예로 안 교수는 자본시장연구원 재직 초기인 지난 2009년 창간된 '중국 금융시장 포커스'가 더 이상 발간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중국 금융시장 포커스'는 한국어로 발간된 최초의 중국 금융전문 발간물이다. 하지만 발간 초기 매월 발행되던 이 연구물은 계간 발행으로 바뀌었고 최근엔 폐간에 이르렀다. 안 교수는 "중국 금융시장 포커스는 중국 국책연구기관인 중국사회과학원 내 일류 학자들의 관점과 생각을 곧바로 들여다볼 수 있는 채널이었는데 더 이상 발간되지 않고 있다"며 "한국은 중국 연구를 위한 싱크탱크를 설립해 중국의 경제, 정치 및 사회를 깊게 연구하고 양국 간 인적 교류도 보다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을 지렛대로 삼아 4차 산업혁명 등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과는 별개로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결제사업자 ‘페이팔’이 중국 시장에 진출한 점에 주목했다. 실제로 테슬라는 해외 첫 생산기지를 중국 상하이에 설립해 최근 시범 가동에 돌입했다. 페이팔은 지난 9월 중국 인민은행으로부터 중국 온라인 결제업체 ‘고페이’ 지분 인수를 승인받으며  외국계 기업 최초로 중국 결제서비스 시장에 진입했다.

 

"테슬라는 전기차 미래기술을 확장하기 위해 중국에 공장을 세웠다. 반드시 중국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인식이 그만큼 강했던 것이다. 페이팔 역시 중국의 제3자결제플랫폼 및 금융시장의 개방 가능성을 보고 중국 시장에 뛰어들었다. 중국은 ‘위챗페이’ 사용자만도 10억 명에 달한다는 점이 매력이지 않나. 한국에서도 이를테면 ‘삼성페이’와 같은 서비스가 중국 결제시장을 두드려야 한다. 중국인들 사이에서 삼성 브랜드의 인지도가 높다."

 

안 교수는 미중무역갈등이 한국에 기회가 될 수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중국은 미국과 장기간 협상을 끌어오면서 미국 이외의 국가에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중국 지방정부의 관료들은 다양한 혜택을 내걸면서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 및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며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다'는 식의 내용은 중국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그릇된 정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중국 경제에 대해선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기업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갑절을 넘어선 데다, 향후 3년 내 이자만기가 도래하는 지방채의 건전성도 우려스러운 수준이라는 이유에서다. 

 

중국정부가 '6대 안정 과제’ 중 일자리와 금융을 각각 첫 번째와 두 번째로 꼽은 점에 대해 안 교수는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대졸자, 재취업인구 등 일자리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국의 고민거리로 떠올랐다"고 진단했다. 이에 더해 "국내외 경제환경 악화, 인건비 상승, 기술 사용에 따른 비용 지급 등도 금융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부연했다.

 

안 교수는 1년 넘게 지속된 미중 무역갈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는 중국이 이번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가시스템 개조에 나서야 한다고 진단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외상투자법 내 외국인 투자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 명시 등의 내용은 궁극적으로 중국 경제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중국이 이번 미중무역갈등을 계기로 국가시스템 개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안 교수는 "중국은 지난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금융시장 개방과 같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앞으로 중국은 자국 금융시장을 완전히 개방하고 의사결정구조의 투명화, 법 제도 정비 등을 통해 국내외 민간기업의 사업 환경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입장에선 다소 체면을 구기더라도 풍부한 노동력, 무노조 경영, 다수의 고학력 인력 및 거대한 소비시장 등의 장점을 살리면 된다는 얘기다. 다만 중국의 자본시장 개방 폭이 확대될 경우 위안화 급등 가능성은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홍콩시위 문제가 극단적으로 치닫게 되면 중국이 국제 사회의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콩은 아직 자본시장을 개방하지 않은 중국에서 기업자본이 글로벌로 나가고 또 글로벌 자금이 중국으로 유입되는 통로다. 하지만 홍콩시위를 통해 '중국은 위험한 나라'라는 인식이 확산하면 홍콩의 금융중심지 기능은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안 교수는 “중국의 전통산업이 무너지며 홍콩의 일자리 역시 상당 부분 사라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범죄인인도법안(환송법) 반대 시위가 발생하며 경제 문제가 정치 문제로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특히 중국은 광둥·홍콩·마카오 지역을 광역 경제권으로 개발하는 '웨강아오 대만구(大灣區)'계획을 추진 중인데, 이는 홍콩 금융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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