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낳는다던 가정간편식…식품업계, 수익성에 '골몰'

빙그레, '헬로 빙그레' 리뉴얼 작업 착수
CJ제일제당∙롯데푸드, HMR 등에 실적↓
"수익성 고민에도 고성장에 당분간 집중"

그래픽=권소화 기자

[세계비즈=유은정 기자] 식품업계는 최근 몇 년간 폭발적인 성장세를 나타낸 HMR(Home Meal Replacement: 가정간편식) 시장에 너 나 할 것 없이 뛰어들었다. 하지만  HMR 제품 생산을 중단한 업체가 나타나는 등 수익성에 비상이 걸리면서 식품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7월 HMR 브랜드 '헬로 빙그레'를 출시한 빙그레는 최근 제품 생산을 중단하고 리뉴얼 작업에 착수했다. 

 

냉동과 유제품 사업을 주로 하던 빙그레는 당시 HMR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헬로 빙그레 브랜드를 내놓았다. 첫 번째 라인업으로 출시된 덮밥 5종은 '엄마의 정성을 담아 따뜻하고 든든한 한 끼 식사'라는 콘셉트로 출시됐다. 이후 헬로 빙그레는 덮밥 외에도 죽∙냉동 볶음밥 등으로 라인업을 확대했다. 동시에 제품들은 G마켓, 옥션, 티몬, 위메프 등 온라인몰에 입점하고 대형마트로 판매 채널을 넓히면서 순항하는 듯 보였다.  

 

빙그레가 HMR 사업에 진출한 지 올해로 3년째 접어들었지만 사업은 녹록지 않았다. 헬로 빙그레의 누적 매출은 론칭 후 3년 여간 11억원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빙그레는 올 초 브랜드 리뉴얼 작업을 위해 대형마트∙온라인몰 등에서 판매되던 헬로 빙그레의 제품을 모두 철수하고 현재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빙그레 관계자는 "브랜드명을 새롭게 바꾸거나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리뉴얼 방법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리뉴얼된 HMR 브랜드는 내년 상반기 내 나오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최근 몇 년 동안 HMR 시장은 식품업계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지면서 대부분의 업체가 이 시장에 진출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HMR 시장의 규모는 국내 출하 기준으로 2013년 2조841억원에 불과했지만 2017년 3조7909억원을 기록해 5년 동안 8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해 기준으로는 HMR 시장의 규모는 약 4조원, 올해는 전년 대비 25% 성장한 약 5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식품업체들이 HMR 사업을 진출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수익성이 예상보다 나지 않으면서 경영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빙그레뿐 아니라 다른 식품업체에서도 HMR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식품업계 1위인 CJ제일제당은 대표적인 HMR 시장 선두주자로 여겨지지만 HMR 기지 대규모 투자, 글로벌 인수∙합병(M&A) 등으로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 실적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올 상반기부터 CJ제일제당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소비자 수요가 급감한 제품에서 과감하게 비용을 줄이는 등 비용 효율화 작업에 나섰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식품 부문의 영업이익은 가공식품 효율화 작업에도 불구하고 초기 수익성 개선 속도가 더디면서 실적이 전년 대비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롯데푸드의 3분기 실적 역시 HMR 관련 프로모션 비용 증가, 돈육 투입가 상승 등으로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롯데푸드의 3분기 매출액은 50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3분기 영업이익은 23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5.1%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롯데푸드는 HMR 브랜드인 쉐프드와 라퀴진를 판매 중이며 지난해 관련 매출액은 약 600억원으로 파악된다"며 "올해는 HMR 관련 판촉 비용 등을 고려하면 전년 대비 큰 폭의 실적 감소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뿐만 아니라 샘표는 지난 2017년 출시한 컵밥 5종 제품 판매를 지난해 중단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식품업계의 HMR 사업 관련 수익성 고민에도 당분간 사업을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HMR 시장만큼 향후 고성장을 나타낼 만한 새로운 사업이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HMR 시장은 음식료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연평균 20%의 독보적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성장세는 앞으로도 유지될 전망"이라며 "현재는 이익 회수보다는 투자 단계에 있지만 시장은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므로 시장 선점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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