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잡아라] 바뀌는 산업 지형…나만의 제품·서비스 뜬다

개인 맞춤형, 경험·공감에 주력…뉴 블루오션 '구독경제'
케이블TV· 백화점· 대형마트 사양길, 주류·골프도 'NO'

[세계비즈=장영일 기자]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제품과 서비스들이 쏟아지고 있다.

 

소비자 요구에 맞춰 제품 또는 기능을 제작하거나 변경하는, 일종의 맞춤제작 서비스를 일컫는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이 대세다.  효율적인 측면에서만 고려해 획일적으로 만들어진 기존 제품들은 밀레니얼 세대의 시선을 결코 사로잡을 수 없다.

 

또 경험과 사용을 중시하는 이 세대는 소유보다는 공유에 관심을 갖는다. 가사일에서 해방시켜주는 가전에서부터 이사의 번거로움을 해결해주는 가구 렌탈 서비스가 자리를 잡으면서 구독경제가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 초개인 맞춤형 산업 부상…나만의 즐거움과 만족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냉장고는 개인 취향에 따라 제품의 크기와 색상, 재질을 선택할 수 있는 프리미엄 제품이다.

 

비스포크 냉장고는 출시 당시 8개 타입 모델에 3개 소재와 9가지 색상으로 조합이 가능한 수가 2만2000여가지에 이를 정도로 소비자 취향과 주거 공간에 어울리게 연출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삼성전자는 △표준화가 아닌 개인화 △제조가 아닌 창조 △다른 업종과 광범위한 협업 등을 추진하는 '프로젝트 프리즘' 비전으로 기존 제품으로부터의 혁신을 선포했다.

 

여행 플랫폼 '트래블메이커'는 개인 취향에 맞는 여행을 제작해주면서 자유 여행을 즐기는 밀레니얼 세대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사용자가 여행지와 예산, 일정, 인원수, 이동 수단 등 20가지의 여행 조건을 고르면 이를 분석해 맞춤 여행을 제작하거나 연결해준다.

 

현대자동차는 커스터마이징 브랜드 '튜익스(TUIX)'를 운영하고 있다. 차량에 적외선 무릎워머, 오토캠핑용 공기주입식 에어 카텐트, 프리미엄 스피커, 반려동물 패키지 등을 개인에 필요한 옵션만을 선택해 세상에 1대 밖에 없는 '나만의 차'로 바꿀 수 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크기와 색상 등을 바꿀 수 있는 삼성 비포스크 냉장고. 사진=삼성전자

 

◇ 경험·공감이 우선…고정된 틀을 깬다

 

팔도의 '괄도네넴띤'은 고정된 디자인의 틀을 과감히 깨면서 10~20대의 젊은 감성에 소구한 제품이다. 팔도의 팔도비빔면을 '괄도네넴띤'으로 볼 수 있다는 10대와 20대 세대의 해석을 제품에 적용했다. '괄도네넴띤'은 기존 '팔도 비빔면'보다 5배나 맵지만 젊은 층이 재미 삼아 사용하는 단어로 팔도 한정판 라면 가운데 가장 빨리 완판(500만개)된 기록을 세웠다.

 

나이키는 매년 혁신 기업 순위에서 IT 기업들보다 윗 순위에 포진한다. 나이키는 단순히 예쁘고 성능이 좋은 신발을 만드는게 목표가 아니다.

 

나이키는 제품의 성능을 광고하는 대신 즐거운 러닝 경험을 선물한다. 그래서 사용자가 나이키 신발을 신고 싶게 만든다. 나이키는 국내에서 '휴먼 레이스(Human Race)', '위 런 서울(We Run Seoul)', '우먼스 하프 마라톤' 등 세대를 아우르는 이벤트로 사용자들을 직접 마케팅에 참여시킨다는 것이다.

 

◇ 소유는 NO, 뉴 블루오션 '구독경제'

 

최근 게임업체 넷마블이 정수기와 비데, 공기청정기 렌탈업체인 웅진코웨이를 인수하면서 구독경제가 화두에 올랐다.  게임회사와 렌탈 회사의 만남. 언뜻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유는 단순히 구독경제 비즈니스를 통한 안정적 수입원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현재 국내 개인·가정용품 렌탈 시장의 규모는 약 11조원으로 추정된다. 시장 규모는 오는 2020년 약 4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렌탈이라고 하면 자동차 정도로 인식돼왔지만 현재 렌탈이 되지 않는 것이 없는 세상이 됐다. 집 뿐만 아니라 가구, 가전에서 자동차까지 등 주위 모든 것을 빌릴 수 있는 세상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최근 "밀레니얼 세대는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는 것을 희망한다"며 현대자동차의 비즈니스를 서비스 부문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을 정도로 구독경제로의 전환이 업계의 최대 이슈다.

 

구독경제 서비스로 현대차는 구독형 프로그램 '현대 셀렉션' 서비스를 출시했다. 월 약 70만원을 내면 이용기간 동안 주행거리 제한 없이 매달 다른 현대차종으로 교체해서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사실 구독경제의 시발점은 디지털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Netflix)'다. 월 10달러 수준의 비용만 지불하면 TV, PC, 스마트폰 등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다양한 영화·드라마·TV쇼 등 동영상 콘텐츠를 즐길 수 있어 젊은 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가정 간편식, 세탁 서비스, 장보기 등에 정기적인 요금을 지불하면 가사 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어 개인 시간을 가지기를 선호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안성맞춤이다.

 

현대자동차 구독경제 프로그램 '현대 셀렉션'. 사진=현대자동차

 

◇ '아 옛날이여…' 저무는 사업들

 

먼저 케이블 TV는 인터넷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에 밀려 사양길로 접어들 전망이다. PC·스마트폰·태블릿 등으로 영화나 드라마, 뮤직비디오를 찾아 보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유료채널인 케이블 TV는 더이상 흥미를 유발시키지 못한다.

 

또 온라인 쇼핑몰은 매출이 급증하는 반면 대형마트, 백화점은 뚜렷한 매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골프도 사양산업으로 접어들었다. 골프용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데다 골프외에 사교활동 수단이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비용 절감 노력도 한몫하면서 골프 수요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주류 업체들도 고민이 늘어가고 있다.  기본적으로 밀레니얼 세대는 윗 세대들보다 술을 적게 마신다. 소주는 출고량이 정체돼 있고, 맥주는 2016년부터 출고량이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밖에도 경제위기를 목도하며 안정적 투자를 선호하는 이 세대는 금융투자회사에 최대 위기를 가져다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전 세대들이 은행을 찾아 업무를 보는 것과 달리 밀레니얼 세대는 은행을 거의 찾지 않는다. 은행 자체가 없어지진 않겠지만 은행 지점이나 건물들은 과거의 유물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jyi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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