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편입된 P2P금융, 향후 과제는

법안 발의 2년 반만에 최종 법제화…"산업 육성 기틀 마련"
부동산 대출 쏠림현상 완화 등 건전한 발전 위한 고민 필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파이낸스=오현승 기자] P2P(Peer to Peer: 개인간 거래) 금융이 드디어 법 테두리 안으로 들어왔다. 2002년 대부업법 제정 이후 17년 만에 새로운 금융업이 법적 지위를 갖게 된 것이다. 국회는 최근 '온라인 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일명 P2P금융법)'을 통과시켰다. 관련 법이 처음 발의된 후 834일 만이다.

 

업계는 중금리시장 확대, 중저신용자의 금융업 접근기회를 높일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며 반색하고 있다. 투자범위 확대 등 산업 육성을 향한 논의도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부동산 대출 쏠림현상과 향후 경기 하락에 따른 투자금 회수 지연 및 손실 우려는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P2P금융법' 국회 통과…자본금 규정·등록의무화 등 담겨

 

P2P대출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투자자로부터 모집한 자금을 차입자에게 공급하는 형태의 대출을 뜻한다. 국내 P2P금융의 누적대출액 규모는 지난 2015년 말 373억 원에서 올해 6월 말 6조 2521억 원으로 급증했다. 이 과정에서 제도적 통제 장치를 마련해 투자자, 차입자 등을 보호하자는 목소리도 커졌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7년 P2P대출가이드라인을 통해 투자자 보호에 나섰지만, 가이드라인의 법적 한계, 일부 업체의 불법 행위 등으로 투자자 피해가 지속돼 왔다.

 

P2P금융을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은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7년 7월 '온라인대출중개업법' 발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민병두 의원안 외에도 P2P금융 법제화를 둔 4개의 법안이 논의 테이블에 올랐고 지난 8월 의원 입법안을 중심으로 한 대안이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은 지난달 법사위원회와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법 공포 후 7개월이 되는 내년 6월 이후 기존 P2P업체 등록신청 접수를 목표로 관련 절차를 조속히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P2P금융법은 P2P금융업과 금융위 감독권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진입 제도, 영업행위 규제, 투자자·차입자 보호 제도 등 마련한 게 특징이다. 해당 법은 P2P업체의 금융위 등록을 의무화한다. 시행령을 통해 5억 원 이상의 자기자본 및 인적·물적 설비, 사업계획 타당성, 임원·대주주, 사회적 신용 등의 등록요건도 규정한다. P2P업체가 횡령 또는 도산할 경우 투자금 등을 보호하기 위해 P2P업체에 투자금 등 분리보관 의무도 부여한다.

 

P2P업체는 P2P업의 거래구조, P2P업체의 재무·경영현황, 대출규모 및 연체율 등에 관한 사항 공시 등 영업행위 규제도 받는다. 대부업법상 최고금리인 연 24%를 넘어선 이자를 수취할 수 없다. 이 밖에 법정협회 설립근거 및 P2P업체의 협회 가입을 의무화하고 금융위·금감원에 감독·검사 및 제재 권한도 부여했다.

 

 

◇부동산 쏠림 현상 속 "P2P 투자시 꼼꼼히 따져야" 

 

업계는 P2P법 제정이 산업 육성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소외 계층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회가 늘고 여신심사 고도화 및 거래비용 절감 등으로 대출시장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보호를 위한 장치가 한층 강화된 점도 긍정적인 효과다.

 

서상훈 어니스트펀드 대표는 "P2P금융이 제도권 금융으로 안착함에 따라 P2P금융상품의 건전성과 공신력을 한층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더 투명하고 건전한 시장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전했다. 이해우 데일리펀딩 대표도 "금융혁신과 투자자 보호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라며 "법제화로 외부적인 투자자 보호 장치가 마련되는 만큼 상품 심사와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현재 P2P금융업계에서 부동산 대출 취급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P2P금융이 부동산 대출 규제 우회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염려도 여전하다. 실제로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부동산 관련 대출잔액은 776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6% 증가했다. 특히 자산유동화대출(ABL)과 부동산 담보대출 잔액은 각각 152.2%, 107.5% 급증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잔액이 10.2% 늘어난 것과 대조된다. 금감원은 "현재 P2P대출은 부동산대출 규제가 적용되지 않고 있어 서울·경기 등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담보로 후순위 대출을 받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당국은 P2P금융법 시행령을 만들기 위한 TF에서 부동산 대출쏠림현상을 해소할 방안을 고민 중이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저축은행을 예로 들면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등 부동산 관련 대출 비중을 법률로서 제한하는 반면 중개플랫폼인 P2P금융은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지는 개념이라 이러한 규정을 두는 데 모호성이 있다"며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업체와 투자자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체율도 전반적으로 상승 추세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실적을 공시한 105개 P2P업체의 연체율은 5.3%를 기록했다. 금감원은 지난 6일 P2P금융 투자에 대한 소비자 주의보를 발령하고 "P2P대출은 원금보장 상품이 아니며, 투자 결과는 모두 투자자에게 귀속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P2P업체 선정 시 등록업체 여부를 알아보고 P2P협회를 통해 연체율 등 재무 공시 자료를 꼼꼼히 확인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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