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동부회장 장남 '동부화재 지분' 이미 담보제공

김남호 부장 보유 13.29%中 99.4%에 주식담보 설정
김 회장 지분은 100%…동부화재 우호지분의 반 넘겨
동부그룹, 제조·금융 모두에서 경영권 '최대 위기'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장남인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의 동부화재 주식담보 내역.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장남인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의 동부화재 보유 지분 13.29% 가운데 99.4%에  대해 이미 담보계약이 설정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부그룹 비금융계열사인 동부제철에 대한 자율협약 체결을 앞두고 김남호 부장 지분의 추가 담보설정 문제로 동부 측과 채권단 간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상은 김 회장 장남의 동부화재 지분 거의 전부가 담보로 잡혀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27일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큰 아들인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이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 13.29% 중 99.4%가 이미 담보계약 설정 중에 있다”며 “기 담보로 설정된 김남호 부장 지분에 대해 담보계약일 대비 현재 주가 수준에서 담보가치 증가분은 18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담보가치 증가분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김 부장 지분의 추가 담보제공 문제는 채권단과 동부그룹 간 의견 대립의 본질적인 이유는 아니며, 비금융계열사의 매각가격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부분이 근본적인 원인일 것”으로 판단했다.

게다가 김준기 회장이 소유한 동부화재 지분 6.93%도 채권단의 사재출연 요구로 100% 전액이 담보로 잡혀있다. 김 부장 지분(13.29%)의 99.4%에 해당하는 13.21%를 포함하면 주식담보가 설정된 두 사람의 동부화재 지분율은 20.14%이다.

김 회장의 딸인 김주원씨 지분 4.07%도 99.9%가 담보로 제공돼 약 24%의 지분에 주식담보 계약을 맺고 있다. 이는 동부화재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우호지분의 절반을 넘긴 수치다.

동부화재 우호지분은 김 회장 6.93%와 김 부장 13.29%를 비롯해 김 회장의 딸인 김주원씨의 4.07%, 동부문화재단 5.00%, 동부화재 자사주 10.60% 등 41.93%다.

동부그룹이 금융계열사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김 회장 장남의 동부화재 지분은 담보로 내놓을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아 채권단과 자율협약 체결에 파열음을 낳고 있다는 관측과 달리, 동부화재 지분 상당수가 담보로 잡혀있는 실정이다.

비금융계열사의 지주회사격인 동부CNI에 대한 법정관리(법원에 의한 기업회생절차) 우려가 나오는 터에 자칫 동부그룹이 제조와 금융 모두에서 경영권 ‘최대 위기’를 겪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진작 담보로 잡고 있는 김 부장의 동부화재 지분을 놓고 양측이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채권단이 동부그룹에게 경영권 방어차원이 아닌 애초에 이행할 수 없는 요구를 하고 자율협약 불발의 책임을 동부 측에 떠넘김으로써 ‘워크아웃’으로 직행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동부제철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기업 회생이 불가능한 상태다.

열연사업부는 지난 2010년 342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데 이어 2011년 1085억원, 2012년 1050억원, 지난해에는 311억원에 이르는 영업적자를 각각 시현했다. 당기순손익도 2010년 301억원 적자를 시작으로 2011년 2253억원, 2012년 488억원, 지난해 1418억원 당기순손실이 각각 발생했다.

부채비율도 매우 높아 지난해 말 기준 295.1%이다. 유동비율 역시 연결기준 54.2%로 유동성 확보가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특히 이자보상비율이 0.11에 불과하다. 이자보상비율이란 해당 회사가 영업을 통해 얻은 수익으로 대출금에 대한 이자를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이자보상비율 0.11은 100원의 이자를 갚기 위한 영업이익으로 11원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서 나머지 이자 89원은 또다시 빚을 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동부제철의 지난해 말 별도재무제표 기준 순차입금은 약 2조2771억원이다. 이중 1년 이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부채는 1조3309억원으로 전체 차입금의 60%가 올해 안에 만기가 돌아온다.

이처럼 채권단에 의한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통한 차환발행이 절실하지만, 차환발행심의위원회는 연기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동부제철의 재무구조는 안정성 및 수익성 지표 모두에서 동종업계에 비해 열악한 상황으로,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채권상환 능력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동부제철은 당초 27일로 예정된 향후 자구계획 세부 이행안을 첨부한 자율협약 신청서를 오는 30일로 연기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발송하기로 했다.

박일경 세계파이낸스 기자 ikpark@segye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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